'회사=삶의 터전' 노사 화합 밑바탕…"회사 있어야 노조도 있다"는 사실 인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노사 관계에서 쌍용자동차만 유독 얌전한 모습이다. 르노삼성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까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노사관계와 다르게 쌍용차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노사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파업의 사회적 당위성을 확보한 상태다. 임금수준도 국내 완성차 업체 평균보다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타 노조처럼 파업을 준비하기보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화합하고 경영쇄신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가 평택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쌍용차


쌍용차 노조가 원래부터 회사를 위해 노력해온 집단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강경성향의 노조가 쌍용차였다. 파업으로 인해 유혈사태도 벌어졌던 바 있는 쌍용차 노조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행동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을 체험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노조가 회사와 함께 상생을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 19일 쌍용차 노사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이 방안에 대한 내부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 9월 복지 중단 및 축소 등 경영쇄신을 위한 선제적인 방안에 합의한 이후 회사 전 부문에 걸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추가로 검토해 왔다.

미래자동차 시장과 관련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전통적인 밸류 체인이 변하고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는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쌍용차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회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아픔을 겪어봤다. 이후 극심한 경영난으로 존폐의 위기까지 몰려봤던 쌍용차다. 이런 아픔을 겪고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쌍용차다. 

이에 쌍용차는 지난 2010년 민주노총의 금속노조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기업조노를 꾸리고 10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이라는 기록을 써내려가며 노사 상생모델로 꼽히고 있다. 

물론 이런 어려움을 겪은 회사가 쌍용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폐쇄라는 아픔을 겪으며 30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르노삼성은 지속된 파업으로 인해 생산물량이 줄어들며 위기설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픔을 겪고 대처하는 태도는 쌍용차와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모든 문제를 회사 탓으로 돌리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듯하다.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고 이런 환경이 조성돼야 직원복지를 목소리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듯한 행동이다. 

특히 이미 회사의 위기를 겪어본 한국지엠과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르노삼성의 이 같은 모습은 사회적으로도 우호적인 여론조성에 실패하고 있지만 파업을 무기로 회사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20일 오후 5시15분부터 8차 본교섭을 벌였지만 협상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약 2시간 만에 교섭이 결렬을 선언하고 정상 근무일인 월요일 이후에도 주야간 6~8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단, 회사는 노조의 파업 결정에도 신속히 가동 계획을 수립해 휴무일인 21일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현 노조 집행부의 강성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작년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올해 6월까지 파업을 벌인 뒤 타결을 이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협상이 결렬되면서 1년에 두 차례나 파업을 하게 됐다. 

이에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본사인 르노로부터 추가물량 배경을 기다리는 중요한 시기에 이같은 만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쌍용차는 그동안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감소 여파에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확대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쌍용차 노사는 미래 대비를 위해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하고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9월 복지 중단 및 축소에 이어 금번 인건비 절감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마련하는 데 뜻을 모았다.

주요한 내용은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율 변경 (150%→100%) 등이다. 특히, 쌍용차는 이번 추가 경영쇄신 방안은 대전환기를 맞이한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비하여 강건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회사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 고용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선제적인 경영쇄신 노력에 노사가 함께하며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순조롭게 추진 되고 있는 것은 미래 대비를 위한 하나의 공유된 방향성으로서 의미가 크다"라며 "최근 동종사의 노사 갈등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노사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통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쌍용차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체 경영쇄신 노력과 병행해 부족한 재원(자금, 연구인력,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력방안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한 선제적인 쇄신방안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공고히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모델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의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아차와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노사 간 불협화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향한 노사 간 화합이라는 쌍용차의 선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며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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