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15억원 초과분 LTV '40→20%'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8억8014만원
   
▲ 서울 시내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모습./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의 12·16주택시장 안정화방안 대책에 따라 23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을 구매할 때 대출한도가 대폭 감소된다. 올해 하반기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가 8억237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 아파트 절반 이상이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대책은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막기 위해 대출·세제·청약 등 총망라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꺼낸 것으로, 투기수요 근절을 위해 초강수를 둔 셈이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묶어 놓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주택시장 안정화'를 통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시가 9억원을 초과한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를 20%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정부가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을 지원해야 할 집이 아니라고 못 밖은 셈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달하는 시점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주택시장에서 배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송파구 일대에서 10년 넘게 공인중개사로 근무한 대표 이모씨는 "규제 정책이 나올 때마다 풍선효과는 계속 나타나고, 정부는 또 다시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꺼내놓게 될텐데 이렇게 되면 누더기식 정책이라고 손가락질 받게 된다"며 "9억원이상 주택을 막으면 수도권을 벗어나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보게 되는 풍선효과는 어떻게 또 근절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책으로 현금부자들의 잔치는 막을 수 있겠으나,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문턱도 같이 높아진 것은 너도나도 안타까운 소식일 것"이라며 "현금부자들은 또 다시 관심지역이 아니었던 지역들을 물색해 찾게 되고 그런 대상후보군들이 집값 상승을 또 다시 견인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정부는 또 무주택자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면 2년 내 전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주던 주택담보대출도 시가 9억원으로 기준을 높였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뒤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매하거나 2주택자일 경우 대출금을 반납해야 된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금지하고,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일반 소유자의 경우 최대 0.3%,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 이상 소유자는 최대 0.8%로 올린다. 

정부는 12·16부동산 대책은 대출과 세제, 청약 등을 총망라한 초고강도 규제다. '집값'과 '투기'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18번째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은 세(稅) 부담을 올리고, 대출을 조여 '빚내서 집을 사지 말라'는 주택시장을 향한 강력한 경고 및 제재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대책이 강력하다고 보여준 시그널 중 부동산 대책 발표 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이 함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대책에 대한 세부 기준이 모호하다고 비난하며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 대책 발표 하루 뒤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금지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특히 정부가 시세 15억원 아파트를 초고가 아파트로 공식 인정한 만큼 12억~14억원대에 있는 아파트가 15억원에 따라붙는 이른바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같이 15억원이라는 기준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정부는 이 기준을 제시한 이유를 속 시원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난무하는 있는 상황이다.

또 주택시장에서는 내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을 위한 공급 대책은 없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화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고가 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시가 9억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세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45만8778가구(36.6%)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보유자 10명 중 4명은 고가 아파트다. 특히 수요가 많은 강남과 서초구는 10명 중 9명이 해당한다. 

KB국민은행의 지난달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8014만이다. 서울 아파트의 4분의 1이 9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9억원이 넘는 주택의 담보비율을 20%로 낮아지면서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나 갈아타기를 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기회가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대책의 또 다른 역설은 현금없는 실수요자들은 서울에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며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기 앞서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금융정책이 먼저 밑바탕으로 나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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