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위기를 맞았다. 경기력이 떨어지거나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다. 파울에 의한 퇴장이 잦아 개인적으로도 팀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손흥민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첼시와 홈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17분 퇴장 당했다. 

손흥민은 팀이 0-2로 뒤지던 가운데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와 볼을 다투다 부딪혀 넘어졌다. 손흥민은 쓰러진 상태에서 왼발을 들어올렸고, 가슴 쪽을 맞은 뤼디거는 쓰러져 통증을 호소했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끝에 손흥민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0-2 패배로 끝났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이날이 세 번째 퇴장이었다. 그러데 3번의 퇴장이 모두 올해, 그것도 8개월도 채 안되는 기간에 나왔다. 

   
▲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손흥민은 2018-2019시즌 막바지였던 지난 5월 4일 본머스와 37라운드 경기에서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처음 레드카드를 받았다. 당시 본머스 수비수 제퍼슨 레르마의 거친 수비에 시달리다 감정이 격해져 손으로 밀친 것이 퇴장의 이유였다. 이 퇴장으로 인해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손흥민은 시즌 마지막 경기, 그리고 이번 2019-2020시즌 개막 2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시즌 들어 지난 11월 4일 에버턴과의 11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은 두번째 퇴장을 당했다. 안드레 고메스에게 위험한 백태클을 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고메스는 발목이 골절돼 수술까지 받았다. 당초 손흥민에게는 3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졌으나 토트텀 구단의 항소로 징계는 철회됐다. 손흥민의 태클 자체는 고의성 없이 정당한 것이었고 고메스의 부상은 이후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날 손흥민은 또 레드카드를 받았다. 주심이 비디오판독 끝에 퇴장 명령을 내린 이유가 손흥민의 발길질에 보복성과 고의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출장정지 징계가 따를 전망이다.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뤼디거가 오히려 손흥민을 쓰러뜨리는 거친 플레이를 해 옐로카드를 받았어야 했고 손흥민의 퇴장은 오심이라며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많은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의 발길질이 순간적인 감정 억제를 못했고 고의성이 있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1년 동안 한 선수가 3차례나 퇴장당한 기록은 EPL에서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손흥민은 2010년 리 캐터몰(당시 선덜랜드) 이후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8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에 리그 총 17경기를 뛰는 동안 3차례나 레드카드를 받았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손흥민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타이틀이 붙게 됐다. 또한 손흥민이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면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토트넘에는 치명타다. 연말 연시 박싱데이를 맞아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해오던 손흥민이 전력에서 빠지는 것은 팀에 심각한 상황이다.

파울의 고의성, 부상이 따르는 심각성을 따지기에 앞서 손흥민은 파울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고나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은 피해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8일 번리전에서 70여m 단독질주에 이은 '원더골'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손흥민이 이런 놀라운 골을 넣을 실력과 스피드를 갖췄다는 사실은, 손흥민을 상대하는 팀들이 다 안다. 그만큼 손흥민에 대한 상대 수비는 치열해지고 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는 더 교묘해지고 있다.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는 것, 스타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미덕이다. 손흥민은 그동안 잘 해왔고, 올해 유독 퇴장이 많아진 것 뿐이겠지만, 조심하고 또 조심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