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도 모자라 한전공대·농어촌 상생기금·해상풍력단지 등 온갖 팔 비틀기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에 정부가 온갖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 경제·산업은 물론 에너지 안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전략 기업이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고 있다. 소액주주들과 외국 투자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국가소송(ISD)을 벼르고 있다.

초우량 공기업 한전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해마다 4조∼10조원대의 이익을 내던 한전이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한전은 2016년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한해 129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1조952억 원 적자를 냈다. 영업적자는 올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적자폭은 1조2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한전과 계열사 부채는 지난해 114조2000억으로 급증했다. 올해 말이면 126조5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로 부채비율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160.6%에서 올해는 181.5%까지 늘어난다. 병든 공룡이 되어가고 있다.

비상경영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정부의 이중삼중 덤터기 씌우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제 정신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한전공대에 1조6000억을 쏟아 붓기로 했다. 지금 예상대로라면 5년 내 학생수가 줄어 전국의 대학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판국에 대학 신설이 가당키나 한가.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 원 규모로 전망된다. 개교 시점까지는 한전과 자회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개교 이후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 분담하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주체별 분담금액은 향후 과제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대통령 공약이니까 막가파식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다.

   
▲ 지난 6월11일 한전 소액주주들이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김종갑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전공대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나주 부영CC 부지 40만 제곱미터(㎡)에 설립 예정이다. 대학원생 600명, 학부생 400명, 교수 100명, 직원 100명 규모로 구성된다. 학부와 대학원 모두 단일학부인 ‘에너지공학부’만 개설된다. 교수와 학생의 비중을 국내 최고수준인 1대10으로 유지하겠다는 게 한전의 방침이다. 하지만 웬만한 대학에는 에너지 학과가 다 개설돼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에 연간 70억원 이상을 출연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이라는 자체 연구·개발(R&D) 전문연구소와 전국 대학교 전기공학과 지원 등을 포함하면 연간 4442억 원에 달하는 R&D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다. 한전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으로 올해 5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상생기금은 지난 2015년 11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때 농어민의 반발을 우려해 만든 기금이다. 2017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을 기업으로부터 기부 받아 농어촌 지원에 쓰기로 한 돈이다. 

당초 상생기금은 FTA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정기준이 모호하고 기금 출연의 법적 근거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기업으로서는 법적 근거 없이 출연하면 배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일부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냈다가 뇌물죄로 기소된 것이 본보기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출연을 꺼리면서 한전 등 공기업이 그 부담을 떠안고 있다. 연말까지 3000억원이 확보돼야 하지만 10월 말 현재 출연 금액은 646억여 원에 불과하다. 목표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중 한전 등 공기업이 571억 원을 출연했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팔 비틀기에 공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다.

정부의 손 벌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한전을 통해 새롭게 11조 원을 투입, 전남 신안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총 사업비는 48조5000억 원이다. 2023년께 착공 계획이지만 수익성은 미지수다. 불확실한 사업에 동참할 민간사업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으로 불어나는 적자와 빚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라도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가 우선이다. 해법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탈원전 정책 폐기다. 수십조 원의 국민 혈세를 보이지 않는 길에 뿌리려 하고 있다. 

한전은 뉴욕증시에도 상장된 기업이다. 의사 결정에서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가의 의견이 배제되면서 이미 '주주 위에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에 대한 국내 주주와 외국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연금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면서 '연금 사회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정치적 목적이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악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쌈짓돈인양 부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나 다름없다.

공기업을 정부의 호주머니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눈덩이 적자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려면 탈원전 정책부터 폐기해야 한다. 한전공대, 농어촌 상생기금, 해상풍력단지 등 얼토당토 온갖 빌미로 팔비틀기를 해서는 안 된다. '주주 위에 정부'는 국제적인 망신과 소송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좀비 공기업'을 양산하는 정부에 주주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