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1 협의체 통해 '누더기 선거법' 상정

한국당, 연동형 비례 의석 확보 위해 위성정당 추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다양한 ‘꼼수’를 제시하면서 또다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이른바 ‘4+1’ 협의체는 지난 23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당초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원안과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가해져 “누더기를 넘어 걸레(심재철)”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심 대표가 발의한 원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을 바탕으로 비례대표 75석 전체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반면 ‘4+1’ 협의체가 합의한 수정안은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비례대표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민주당 등의 지역구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을 반대하면서 생긴 결과다.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며 원안에 포함됐던 석패율제도 결국 “중진 구제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따라 삭제됐다. 한때 석패율제를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4+1’ 협의체가 깨질 뻔한 상황이 찾아왔지만, 결국 정의당이 입장을 바꿨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지역구도 완화라는 명분은 사라지고, 각 정당별 득실 계산에 따라 수많은 칼질이 가해진 ‘누더기 선거법’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본회의 처리 과정도 원내 교섭단체 간 합의가 아닌 민주당의 ‘쪼개기 국회’라는 꼼수에 의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선거법‧공수처 저지 규탄대회’에서 ‘4+1 선거법 개정안’을 위헌으로 규정한 뒤 “국정을 책임지는 민주당, 여당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라며 “이념이고 원칙이고 다 버리고 오직 밥그릇에만 매달리는 이 추태가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새보수장 창당준비위 비전회의에서 “이 선거법이 통과돼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은 ‘4+1’이란 저질 코미디에 가담한 당사자들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거법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이만큼 경고해도 어쩔 수 없는 길을 간다면 결국 한국당은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례한국당은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지역구에서는 한국당 후보를 찍고, 정당 지지율 투표에서는 한국당의 위성정당 격인 비례한국당에 투표하게 해 의석수를 늘리자는 전략이다. 실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독일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에만 나서는 이른바 ‘자매정당(Schwesterpartei)’이란 게 있다. 

비례한국당이 현실화된다면 ‘4+1’ 협의체의 의석수 계산에도 중요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한국당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연동형으로 설정된 군소 정당 몫의 비례 의석은 비례한국당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한국당은 괴물이다.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순전히 꼼수로서 자리를 유지해 볼까라는 입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역시 ‘비례민주당’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선거개혁을 명분으로 ‘4+1’협의체를 밀어붙인 상황에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 만나 “정치의 묘미는 협상과 타협에 있는데, 지금은 오로지 서로 간에 꼼수만 존재할 뿐”이라면서 “밥그릇 싸움에만 빠져있는 국회를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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