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한도, 구주 가격 9.9%로 명시 '합의'
이사진 교체·유상 증자·CI 교체 등 수순 밟을 듯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금호가를 떠나 HDC그룹에서 날개를 편다. 양측은 가장 큰 걸림돌인 손해배상한도에 합의하면서 최종 인수 확정 여부가 곧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HDC그룹의 전폭적인 투자로 아시아나항공이 재도약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항공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로 내년 경영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호산업과 HDC그룹은 막판 쟁점으로 부각된 우발채무 손해배상한도를 구주 가격의 9.9%(약 317억원)로 명시하는 데 합의하면서 주식매매계약(SPA)을 당초 예정됐던 27일보다 하루 앞선 이날에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며 손해배상한도를 구주 가격의 15%로 주장했다. 반면 금호는 구주 가격의 5%만 부담하겠다고 해 서로 절충점을 찾지 못했지만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며 9.9% 명시로 정리했다. 금호는 한 자릿수로 막았고 HDC그룹은 10% 수준으로 협상을 이끌며 양측 모두 최소 체면은 차렸다는 평이다.  

   
▲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 확정 여부가 이르면 26일 결정될 예정이다. /사진=아시아나 제공

앞서 양측은 지난 12일 협상에서 아시아나항공 구주(6868만8063주) 매각 가격을 약 3200억원대로 합의하는 등 계약서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이는 1주당 약 4658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액면가 5000원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인수전 초반 구주 가격은 1조원까지 거론된 바 있다.  

이로써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은 31년 만에 금호가를 떠나 범 현대그룹 품에 안길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대규모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당시 "인수 후에는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며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DC그룹은 연내 SPA를 마무리하면 내년 1월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교체하고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1조4000억원인 아시아나항공 자본금은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 부채비율은 277%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며 항공기 신규 도입, 노선 확대 등이 가능해진다. 

기존 기업이미지(CI), 유니폼 변경 등 세부작업에도 속도가 날 예정이다. 업계는 이 과정이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항공업계는 일본 노선 수요 급감과 경기 침체, 불확실한 유가·환율 등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어 매각 이후 경영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올해 3분기 1169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항공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쌓여 있는데 항공사 경영 경험이 전무한 HDC그룹이 잘 이끌어 갈지가 내년 업계의 초미 관심사"라며 "HDC그룹은 추가 구조조정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은 외부 일정을 잡지 않는 등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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