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 수용시 150여개 기업에 2000억원 배상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분쟁조정안을 두고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키코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안 수용 압박을 높이면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키코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가운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 은행권에 분쟁조정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상태여서 이에 대한 배임을 우려하고 있다. 

   
▲ 윤석헌 금감원장/사진=금융감독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사태 배상을 둘러싸고 시중은행과 금융당국 간 온도차가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은행 6곳과 피해기업 4곳에 키코 사태에 대한 불완전 판매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분쟁조정안을 보냈다. 

배상비율은 기업별로 손실액의 15~41%다. 은행별 배상액 규모는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등이다.

금융당국은 키코 사태와 은행의 배상을 강조하며 소비자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윤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배상 문제는) 고객과 금융의 신뢰를 다시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배임과 관련해선 “은행 입장에서 금전적 손실 있을 수 있지만 은행 평판을 높이고 고객을 돕기 위한 경영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배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도 키코 분조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은행들이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는 데 미흡했다”며 “소비자가 부당하게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야말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법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상황에서 배상을 진행할 경우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이 조정안을 수용하게 될 경우 추가적으로 150여개 기업에 약 200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배임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도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배상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피해 기업인들과 협상안 마련에 나선다. 

공대위는 분쟁조정안 내용에 대한 논의와 함께 소멸시효에 대한 법적 효력, 분쟁조정 대상 기업 외 다른 피해기업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조정대상 4개 기업에 대한 배상률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 덕분에 조정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총회를 열게 됐다”며 “금감원이 은행측과 조율에 들어감에 따라 은행측에서 조정안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