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가뭄에 시달리는 건설업계 수익성 높은 대규모 정비사업 수주 혈안
과도한 공약과 홍보로 얼룩진 수주전, 클린수주 약속 무색…조합원 피해 우려
2019 기해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 해 건설업계는 대내외 어려움 속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해외 수주액은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국내 주택 사업 역시 정부의 잇따른 규제 탓에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은 이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분양, 재건축, 해외 수주 등 주제 아래 올해 건설업계를 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편집자주] 

[2019 건설-②재건축·재개발]진흙탕 수주전 '출혈경쟁' 여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올해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그야 말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였다.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와 해외 수주 어려움 속에서 일감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대규모 정비사업의 높은 수익성도 수주전이 과열되는 데 한몫을 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전은 그야 말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시공권을 둘러싼 혈투가 이어지면서 주택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법을 근절하겠다’며 건설사들이 직접 선언한 ‘클린수주’의 의미도 퇴화됐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재개발 사업지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었다. 해당 사업지 입찰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세 곳이 참여했다. 공사비만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단군이래 최대의 재개발 사업지’인 만큼 3개사 모두 파격적인 조건으로 조합원들을 공략했다. 

세 건설사는 한남3구역 입찰권을 따내기 위해 사업비·이주비 무이자 지원, 확정분양가, 임대주택 제로화 등 다양한 조건을 조합에 제안했다. 저마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제안들이 담겼다. 

수주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그 결과 국토부는 한남3구역에 대해 사상 초유의 ‘입찰 무효’ 조치를 내렸다. 건설사별 지적 사항은 중복항목을 제외해도 약 22가지에 달한다. 

서울 은평구의 갈현1구역 역시 건설사 간 과도한 사업제안, 일부 조합원의 특정 건설사 편들기 의혹 등으로 파열음이 발생하면서 진통을 겼었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뛰어든 이 사업지에서 조합원들은 입찰 마감 이후 현대건설의 입찰 서류에서 도면 누락,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 제안 등 문제가 발견됐다며 입찰 무효를 의결했다. 현대건설은 1000억원에 이르는 입찰 보증금을 몰수당할 위기에 처했다.

   
▲ GS건설이 '클린수주'를 선언하며 지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순까지 서울 종로구 본사 앞에 걸어놓은 현수막. /사진=미디어펜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한 건설사들의 진흙탕 싸움은 비단 서울 지역의 일만은 아니다. 지방 곳곳에서도 마찰음을 내고 있다. 

지방 재개발 정비사업 최대어인 광주 북구 풍향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지는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지난달 9일 입찰에 참여해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건설사간 금품 제공 등을 통한 조합원 매수 의혹과 홍보 지침 위반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됐다. 총회 이후 시공사 선정 무효 집회와 고소가 잇따랐고,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조합장은 구속됐다.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하는 혐의로 포스코 직원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총체적 개발비리로 얼룩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수주 과열이 결국 조합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년여 전 업계가 한마음으로 한 ‘클린수주’ 약속이 무색하게 최근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은 과도한 공약과 홍보로 얼룩졌다”면서 “지금처럼 출혈경쟁 양상으로 나아가면 결국 그 피해는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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