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한 DFL 사태…후폭풍은 ‘현재 진행형’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실적은 올해를 정점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은행 부문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아울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불완전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면서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한 해이기도 하다. 

   
▲ 국내 금융지주사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실적은 올해를 정점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은행 부문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사진=미디어펜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89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434억원)보다 9.6% 늘었다. 3분기 손익은 전분기(9961억원) 대비 1.5% 줄었으나, 3분기 연속 9000억원대 이상의 견고한 실적을 이뤄냈다는 평이다.

KB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2조7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이는 지난해 은행 명동사옥 매각익(사후 약 830억원) 소멸과 올해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세후 약 480억원) 등의 일회성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 일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이익만 보는 ‘경상적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도 3분기 누적기준 사상 최초로 2조원을 기록했다. 누적 당기 순이익은 2조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1분기 중 발생한 임금피크 퇴직비용과 비화폐성 환산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으나, 명동사옥(세후 약 3200억원) 매각익을 상쇄했다.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1조 6657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은행 체제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5% 하락한 수치다. 전년 같은 기간과 충당금 축적과 비이자 이익 감소 등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지만, 건물 매각 등 경상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농협금융도 역대 최고 실적으로 기록했다. 올 3분기 당기 순이익은 1조3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한 수치다. 은행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개선되고 대손충당금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증권 투자은행(IB)부문이 성장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시중금리 하락과 경기 침체 여파 등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지주사의 핵심 계열사의 은행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모두 하락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완전 판매한 DFL 사태…후폭풍은 ‘현재 진행형’

올 한해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불완전 판매한 DLF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내면서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한 해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나서 투자자 손실에 대한 배상 조정안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후폭풍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대규모 손실을 낸 DLF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과 하나은행의 영‧미 CMS금리 연계상품이다.

손실률은 하나은행의 DLF 상품(지난 9월 22일 첫 만기)이 46%, 같은 달 19일 첫 만기를 맞은 우리은행 상품의 경우 60.1%다. 다만 26일 만기가 돌아온 우리은행의 상품은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무엇보다 은행이 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로 실적을 채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소비자의 공분을 샀다. 금융감독원이 합동검사 결과 은행의 DLF 불완전 판매 의심사례는 50%다. 그 중에는 만 79세의 난청이 있는 치매환자와 투자경험이 전무한 주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감독당국이 나서 DLF로 손실을 낸 은행들에게 투자손실의 80%까지 배상하라고 결정한 상태다”며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위축된 시장을 회복하기엔 상당 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