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법·근로자 인정 두고 여전히 '시끌'
택배 3사 단가 3~5% 인상…실적 개선 이어져
대한통운 택배기사 평균 연소득 '6937만원'
   
▲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 /사진=CJ대한통운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올해 택배업계는 지난 8월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과 택배기사의 근로자성 성립 여부 등을 두고 업계와 노동계간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자동 분류기 ‘휠소터’ 도입과 단가 인상은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숨가쁘게 달려온 택배업계의 이슈들을 짚어본다.     

생활물류법 논란…이해당사자간 목소리 ‘제각각’

올해 전국 택배터미널 현장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으로 혼란이 가중됐다. 택배·퀵 등 생활 밀착 물류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지난 8월 박홍근 민주당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용달협회, 택배 노동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간 의견은 엇갈렸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연대 등 노동계는 법안 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택배 대리점과 본사 등 업계는 “택배시장은 택배사-대리점-기사간 연쇄 계약을 바탕으로 한 특수한 형태로 각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대형 택배사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기사를 독립 사업자로 인정하는 시장 구조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지난 9월 법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택배 대리점·노동계·일반 화물업계 등은 이달 초 국회 공청회에 참석했지만 불협화음은 여전했다. 업계는 새 법에서 정하는 ‘생활물류’와 기존 화운법에서 정하는 ‘일반물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 3사 줄줄이 단가 인상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는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TV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단가를 평균 3~5%씩 올려 받고 있다. 택배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3사가 단가를 함께 올린 것은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효과는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CJ대한통운은 올해 3분기 택배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536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은 116% 늘어난 91억원을 냈다. 롯대는 택배 부문에서 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54억원의 적자를 냈던 지난해와 비교 하면 개선됐다.

택배사들은 단가 인상을 ‘단가 정상화’라고 표현한다. 한국은 이미 ‘초저가’에 익숙해진 데다 유통사들이 너도나도 자체 물류센터를 구비해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 단가는 1997년 4732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지난해 2229원으로 떨어졌다.

대한통운 택배기사 억대 연봉 '화들짝'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평균 연소득은 6937만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실제 순소득은 5200만원 안팎이다. 한 해 1억원 이상 벌어들인 택배기사는 559명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며 택배기사들은 작업 방식을 바꿔 효율을 높이고 있다. 상위 소득자들은 주로 개인영업으로 대형 거래처를 확보해 집화 업무에 집중했다. 이들은 별도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해 배송 업무를 위탁해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배송’보다 영업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고 매일 대규모 출고 물량을 얻는 ‘집화’ 작업으로 고수입을 올리는 택배기사가 상당수였다. 넓은 배송 구역을 좁히는 대신 부부가 구역을 나눠 함께 배송해 총 배달량과 수입을 높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동 분류기 ‘휠소터’. /사진=CJ대한통운 제공


택배산업에 스며든 ‘자동화’ 바람

'3D 업종',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이란 인식이 강했던 택배산업에 자동 분류기 ‘휠소터’가 도입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휠소터는 상품에 부착된 송장 바코드를 첨단스캐너로 인식한 후 컨베이어벨트 곳곳에 설치된 소형 바퀴를 통해 배송지역별로 분류하는 장치다. 

‘분류’ 작업을 첨단 장비가 대체하면서 택배기사의 피로도를 낮췄을 뿐만 아니라 여유시간이 생기며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오전 출근 시간이 기존 7시에서 10시 이후로 바뀌면서 생겨난 여유 시간을 가사, 운동, 아이 등교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업 중간 여유 시간으로는 영업활동, 반품 회수 또는 식사 시간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택배 기사들 노동자 맞다" 법원 첫 판결

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온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CJ대한통운 대리점주 등 25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이 택배기사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번 판결로 택배기사들은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함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란 평가다. 택배 연대는 '근로자성'을 주장하며 파업을 이어왔다. 올해 여름에는 ‘택배 없는 날’을 강행했다. 8월 15일 광복절과 일요일 사이에 낀 근무일 이틀을 쉬어 나흘간의 휴가를 보장하라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각 지역 대리점과 본사에선 대체 인력을 투입해 배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노조 인정에 대한 업계와 택배노조 측의 시각차가 워낙 큰 상황이라 양측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업계에선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만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