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집안싸움에 구조조정 통한 주주 포섭 '물거품' 우려
정몽규 HDC 회장, TF팀·범현대가 계열사 확보로 도약 준비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내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그룹 경영권 방어란 변수까지 짊어지게 됐다. 가족간 다툼이 지속되면 조 회장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영환경에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것으로 우려된다.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연내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넣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업계 1위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 짜기에 나서며 궁지에 몰린 대한항공을 위협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30일 이명희 고문과 성탄절 당일 소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부랴부랴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양새다.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 집을 찾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제 공격'을 묵인했다며 이 고문과 말다툼에 이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 회장이 "가족 공동경영의 선대 유훈을 어기고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복귀가 무산된 점과 조 회장이 자신이 애착을 갖는 호텔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말한 점 등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그룹 재건이 시급한 상황에서 경영권 갈등이란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는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이 "그룹 경영에 대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일선 복귀 등에 대해 타협책을 내놓지 않으면 갈등이 다시 촉발될 것이란 우려에 휩싸인 형국이다.

조 회장은 내년 연임을 위해 구조조정,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 배당금 인상으로 주주를 포섭해야 한다. 일본 불매운동과 미·중간 무역분쟁 여파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올해 직격탄을 맞았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원 수를 27% 이상 감축하는 임원 인사를 발표하는가 하면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을 주문하던 중이었지만 집안 싸움에 이같은 노력이 물거품이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역량을 한 군데로 모으고 그룹 쇄신을 위한 미래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인데 안타깝다"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위축케 해 결국 직원, 회사, 항공업계에 큰 손실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달리 항공업계 2위 아시아나항공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 품에서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HDC그룹의 대대적인 자금 지원과 아시아나의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면 업계 1위 대한항공에 상당히 위협이 될 것이란 시각도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미래에셋대우를 우군으로 맞이하고 통큰 배팅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꽤찾다. 100여명의 항공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대규모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업계에서 우려하는 항공업 전문성에 대한 부분을 잠식시키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부터 범현대가 계열사들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수익성 강화 발판을 다졌다. 

정 회장은 뚝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연내 인수에 성공한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업계 1위로 만들겠다는 공언에도 기대가 실린다. 그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 확보는 물론 인수 이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50%에 이르지만 아시아나항공은 30%에 머물고 있다. 단거리 노선에선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신규 장거리 노선 발굴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점쳐진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