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구조 변화 '분기점'…자본확충 나서며 새 시대 준비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대외적 불확실성과 국내 저금리‧불경기 기조에 별다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한 해였다. 수익구조 다변화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내년부터 펼쳐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미디어펜은 올해 증권가 이슈와 내년 전망을 4부작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위기 속 실적 선방…"규제가 리스크“
②객장에서 손바닥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③점포 숫자 줄고, 크기는 늘고…복합점포 확산
④초대형IB 군웅할거…몸집 불린 증권사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는 국내 영업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구조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중심의 수익구조를 확립하는 분기점이 되는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범 2년을 맞은 ‘초대형IB’의 경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에 대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답보상태를 보여 업계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초대형IB를 중심으로 한 시장 재편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 증권업계는 주요 수익원을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IB 중심으로 이행시키며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 누적 IB 부문 영업이익은 249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5753억원)의 무려 43.4% 비중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IB 영업이익이 각각 2099억원, 1204억원으로, 전체의 40%를 넘겼다.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IB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다. 이미 한화투자증권(순영업수익 비중 31.3%), 현대차증권(45.2%), 유진투자증권(37.0%), 하이투자증권(43.3%) 등은 IB 부문 비중이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KTB투자증권의 경우 IB 비중이 절반을 넘겨 55.5%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전체 수수료에서 수탁 수수료와 IB 부문 수수료가 36.1%로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데이터만 봐도 올해는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IB 중심으로 변화해 가는 분기점이 된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초대형IB 프로젝트는 올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춘 초대형IB는 총 6곳이지만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을 영위하는 곳은 여전히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3개사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유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한 해였다.

이 가운데 후발 증권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차세대 초대형IB로의 도약을 준비한 점도 올해 특징적인 흐름 중 하나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 발행을 통해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기자본 1조원’ 도약을 앞두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자기자본 확대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몸집을 불렸다. 재무건전성 개선과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강화시킨 메리츠종금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영업 순자본비율(NCR)비율이 10%포인트 가량 뛸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7월, 현대차증권은 지난 10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1조원’ 목표를 가시화 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5월 지주사를 대상으로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지난 9월말 기준 4조 2000억원대로 자본을 확충했다. 이로써 신한금투는 초대형IB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시키며 내년의 도약을 예고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9월말 현재 자기자본 3조 4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업을 강화해 그룹 전체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내년 들어 추가적인 자본확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지지부진했던 단기금융업 인가 등이 내년에는 추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증권사들 간의 경쟁구도가 한번쯤 변화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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