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2019년…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은 맑은 나라 돼야
2019년이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밝다는 표현은 밤이 지나고 환해지며 새날이 오는 걸 뜻한다. 그러지 못함이 안타깝다. 새날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지난 한 해에 대한 실망과 안타까움이 더 무거운 탓이리라. 나날이 희망고문이었다.

2019년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껍데기들의 향연이었다. 국회는 세밑까지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최고조였다. 양분된 여론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다사다난이란 용어조차 사치다. 민주주의의가 뿌리가 흔들렸다. '자유'는 사라졌다. 남은 건 오롯이 갈등과 분열이다. 결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외롭고 힘든 길이 아니라 모두가 실패한 길을 우격다짐으로 가고 있다. 

가장 악한 폭력은 가장 선한 폭력으로 위장돼 있다. 늦음을 알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 통합과 협치 대신 갈등과 분열로 동강난 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소통 대신 진영논리, 반쪽 정치의 극단을 보여줬다. 

껍데기들과 싸움. 2019년은 허상 그 자체다. 실체 없는 싸움으로 그냥 그렇게 흘려버린 세월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 그야말로 흐릿한 안개 속에서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혼탁이었다. 조국 사태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수 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하나는 좋은 먹이를 먹고 다른 하나는 이를 질투한다. 결국 질투심에 불타 독초를 먹은 다른 하나 때문에 같이 죽는다. 공동체임을 인식하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2019년 대한민국은 가면극에 취한 탈진실의 세상이었다. 역사에 기록될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을 두 동강 냈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장관까지 일련의 행보는 강남좌파의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유시민, 진중권, 공지영의 진흙탕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시대 지성을 대표하던 그들의 막 가는 모습이 진보진영의 자화상이다.  

   
▲ 새해에는 두 동강 난 민심이 하나로 합쳐졌으면 한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공자의 말이 절실하다. /사진=미디어펜

세상을 두 동간 낸 그들은 기세등등하다. 위헌 논란 속에 '괴물' 공수처법이 탄생했다. 국회는 식물을 넘어 동물을 넘어 괴물의 근원지가 됐다. 밥그릇 싸움에서 시작된 선거법은 누더기가 됐다. 국민은 모르는 그들만의 셈법이 나라를 농단하고 있다.  

열여덟번이나 나온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장과의 싸움은 필패다. 다음 정착지는 사회주의다. 국민들의 재산권에 칼을 들이댄다. 기업을 옥죈다.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한다.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고삐가 풀렸다. 

북한과의 짝사랑은 온갖 모멸에도 부동이다. 미사일 도발은 쉼 없었고 금강산 시설은 철거 위기다. 그래도 평화타령이다. 힘없는 평화, 맹목적인 짝사랑은 국제사회의 조롱을 불렀다. 정부는 이것마저 윙크로 본다. 우둔하고 위험한 박애 결핍증이 따로 없다.

외교는 헝클어졌다. 일본은 무역보복이라는 최악의 강경책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은 어정쩡한 동맹국인 한국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사드 앙금을 삭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호시탐탐 한반도를 넘나든다. 외교·안보의 위기다.

적폐와의 전쟁을 벌였던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드루킹 사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 적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미운 오리가 됐다. 칼은 언제나 양날의 모습이다. 하지만 마지막 심판자는 국민이다. 
    
경제는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험지를 걷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명목 경제성장률이 올해 1.4%에 그쳐 OECD 36개국 중 34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2017년 16위에서 2년 새 18계단이나 주저앉으며 57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1.6%)에도 뒤졌다.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탓을 한다. 미국, 유럽·일본 증시는 다 호조세다. 한국 코스피 상승률은 3.6%에 그쳐 86개국 중 58위다.

탈원전은 미래먹거리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초우량 기업 한전은 올해 1조5000억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에너지 안보를 무너뜨리고 있다. 해외 수주는 고사하고 곧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제살 깎아먹기로 돌아오게 됐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우울했던 2019년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이 불러온 모두가 하향평준화로 가는 길, 근로시간 단축이 불러 온 불 꺼진 연구실, 최저임금인상이 부른 자영업자의 몰락, 초헌법적인 권력을 지향하는 청와대, 있으나마나 한 국회, 이 모든 것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재계 거목들도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작년 4월에는 '수송보국'을 기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70세 나이에 숙환으로 별세했다. '세계경영'을 외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2월 세상을 떠났다. '기술 입국'의 일념으로 우리나라가 전자, 화학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기틀을 마련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12월 영면했다. 어른들이 사라지고 있다.

반기업·반시장 정책은 기업 의욕을 꺾고 대한민국의 경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환상에 전 세계가 조롱하지만 막무가내다. 2020년은 경자년은 흰 쥐의 해다. 흰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 쥐이자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데 능숙하고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발 흰쥐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2020년은 이념과 고집과 아집과 독선을 버렸으면 좋겠다. 그들이 부르짖는 정의와 공정과 평등이 그들만의 세상 얘기가 아니길 바란다. 두 동강 난 민심이 하나로 합쳐졌으면 한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이 절실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통합없이는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협치는 야당을 정쟁꾼으로 몰아부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쓴소리와 반대편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마이웨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길을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이 남긴 말을 보탠다. "국가의 흥망은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나라든 자기가 스스로 망하는 것이지 남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