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상자 숨어 레바논으로 탈주…레바논 정부 개입 예상
오는 8일 곤 회장 기자회견 계획…일본 사법당국 불합리 폭로 예정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일본에서 출금 금지 보석 상태였던 카를로스 곤 닛산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해 일본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2일 로이터·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은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각) 일본의 출금 금지 조치를 무력화시키고 레바논에 입국한 곤 닛산 전 회장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 카를로스 곤 前 닛산회장 / 사진=프랑스24


닛산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곤 회장은 15억엔(약 159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가택 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곤 회장은 일본 자택 곳곳에 CCTV 24시간 감시와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휴대 전화를 사용하며 지인들과의 연락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곤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자택에서 음악회를 진행했고, 이때 연주자로 위장한 민간 특수 요원들이 180cm에 달하는 콘트라베이스 악기 상자를 들여와 곤 회장을 외부로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악기 상자에 숨은 곤 회장은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이동한 뒤, 터키에서 또 다른 자가용 비행기로 옮겨 타 레바논으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곤 회장은 레바논·브라질 이중국적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레바논·프랑스·브라질 3국의 여권을 모두 지니고 있었으나, 보석 상태였기 때문에 여권은 모두 일본 변호인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곤 회장이 위조 여권을 통해 일본을 출국했거나, 개인 자가용 비행기의 허술한 수화물 검사 절차를 이용해 악기 속에 숨어서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 해당 사건은 곤 회장의 아내가 3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작전으로 드러났다. 레바논 입국 전 터키를 위장 경유 한 것도 곤 회장 아내의 오빠가 터키 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대표적인 프랑스 기업인으로 알려졌던 곤 회장이 레바논으로 입국한 배경에는 일본 재판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레바논 정부는 2018년 11월 곤 회장이 일본에서 체포된 이후 지속적으로 곤 회장을 지원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곤 회장은 레바논 입국 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레바논 대통령 비서실은 두 사람의 공식적인 만남을 부인했지만, 현지 언론은 두 사람의 만남을 확정 보도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곤 회장의 신변 보호를 약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곤 회장의 무단 출국 사태로 인해 대혼란에 빠졌다. 요미우리·아사히 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은 관련 보도를 연일 대서특필하며 사법당국 및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 사법당국은 레바논 정부를 상대로 곤 회장의 송환을 요구할 방침이지만 양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 맺어져 있지 않고, 곤 회장에게 친밀한 레바논 정부가 송환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곤 회장은 오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에서의 불합리한 재판과정을 공개하고, 자신에게 적용된 배임 혐의 등에 대한 범죄 사실 소명을 계획하고 있다. 곤 회장은 자신에게만 예외적이었던 일본의 불합리한 조치에 대해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현해 왔기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공개되는 내용에 따라 일본 정부와 닛산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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