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면책특권 국회내 자율적 징계 강화해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의 문제

I. 서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 의원이 2014. 9. 17. 세월호 일부 유가족들과 음주, 회식후 귀가길에 대리기사를 불렀다가 30분 이상 대기하게 하므로 대리기사가 하루 일당을 놓칠 것 같아 김현 의원 일행의 콜(call)을 취소하고 다른 콜을 받기 위해 돌아가려는 것을 막고 시비를 벌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리기사를 집단 폭행한 사건으로 인하여 현재 민심이 들끓고 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김현 의원이 󰡐지구대로 가지 말고 경찰서 형사과로 가라󰡑고 말을 한 것, 대리기사와 목격자들은 밤샘 조사를 받고 있는데 가해자인 유가족 일행은 귀가한 후 조사 당일 새벽에 형사과에 나타나 경찰들과 밀담을 나눈 것, 경찰과 약속한 조사일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그 전날 출석하여 형사과장 방에서 대기하다가 진술하고 돌아간 것으로 인하여 국회의원이 부당하게 권세를 부린다고 항의하는 민심이 뜨겁다.

뿐만 아니라 9월 3일 철도부품납품업체로부터 10여차례에 걸쳐 6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던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일어나고 있다.

 II. 불체포특권

1.헌법 제44조 제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제2항은 '국회의원이 회기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17세기 영국의 제임스 1세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승계한 후 의원을 체포, 구금하여 의회를 무산시키려 하자 이에 대하여 의회가 1603년 국회의원 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을 제정한 것이 그 효시로 미국 헌법을 비롯한 각국 헌법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그 범위는 각국마다 다르게 인정되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는 민사상의 행위만 이 특권의 혜택을 받으며 형사범죄의 경우에는 일반인과 같이 체포된다. 이와 달리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에서는 민사뿐만 아니라 현행범을 제외한 형사범죄에도 이 특권이 인정되고 체포 및 기소에도 의회를 동의를 필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불체포특권이 단순히 국회의원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견해(신체의 자유보장설), 국회의원 개인의 특권이 아니라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견해(국회의 정상활동보장설), 국회의원 개인의 신체의 자유와 국회의 정상활동보장이라는 2개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결합설)가 있는데 결합설이 다수설로 보인다. 이런 견해에서 보면 국회의원 개인이 이를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결과가 된다.

4.원래 불체포특권은 그 연원에서 알 수 있듯이 국왕 또는 행정부가 의회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것을 방지하고 의회로 하여금 행정부를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도록 이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 그러한 목적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러 권위주의 체제 또는 일당독재국가를 제외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가 의회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고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비리를 저질러 수사 대상이 된 경우 구속을 모면하기 위하여 악용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별히 긴급한 안건이 없음에도 국회 회기가 폐회된 후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불체포특권을 악용함으로써 이른바 '방탄국회(防彈國會)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정당들이 비리를 저지른 국회의원을 '가재는 게편'식으로 감싸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행위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불체포특권을 폐기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5.불체포특권을 폐지하여야 하는가? 불체포특권 자체의 완전 폐지는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불체포특권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헌법을 개정하여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현재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정치행태는 상당히 대중영합주의(大衆迎合主義),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고, 과거 탄핵파동,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이 여론의 쏠림 현상도 심한 편이다.

   
▲ 차기환 변호사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에서 개최된 '특권의 전당 국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선전 선동에 능하고 매체 동원 능력이 뛰어나다면 의회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일이 장래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불체포특권을 유지시킨 채 여야 정당들이 방탄국회를 열어 비리 의원을 감싸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6.최근 정의당의 김제남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소개한다. 동 의안은, ▲ 국회의원들이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범죄사실 혐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 서면심사 결과보고서를 체포동의안에 첨부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되지 않으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여 '방탄국회'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투표로 가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국민에게 알권리를 보장하고 양심에 따라 국회의원의 표결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 개정에 따른 의정활동 위축 등을 고려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보장하기 위해서 ▲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으로 체포 구금된 의원의 석방요구를 발의할 수 있도록 하고,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첫 번째 본회의에 부의 표결하도록 하는 등 부당한 체포, 구금에 대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하여 또 다른 부작용을 예방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제남 의원이 발의한 의안이 현행 헌법 체제 내에서 법리적 충돌이나 모순이 없이 운영될 수 있고 부당한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국민적 감시를 높일 수 있어 상당히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III. 면책특권
1.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면책특권의 제도적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 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5다57752호 판결).

2.면책특권이 인정된 리딩 케이스는 대법원이 1992. 9. 22.선고한 유성환 의원의 '국시(國是) 발언 사건(91도3317)'이다. 유성환 당시 신한민주당 의원이 1986. 7.경 국회에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 통일이나 민족이라는 용어는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등 통일을 위해서라면 공산화 통일도 용인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원고(原稿)를 발언하기로 한 회의 30분 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직무상의 발언 및 표결이라는 의사표현 행위 자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하여 보아야 하며 그와 같은 부수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 장소, 태양(態樣)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이 건의 경우 원고(原稿)의 내용이 국회 회의에서 발언할 내용이고(회의의 공개성), 그 배포시기가 회의 시작 30분전으로 근접하여 있으며(시간적 근접성), 배포 장소도 국회의사당내 기자실이고(장소 및 대상의 한정성), 배포 목적도 보도의 편의를 위한 것(목적의 정당성)이므로 면책특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지지하였다.

3.그러나, 면책특권이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보장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정치를 피할 수 없으므로 실제 운영상으로는 각 정당이 상대 정당에 대하여 정치적 공세를 펴는 것에 이용되는 일이 있다.

여당은 면책특권을 이용한 정치적 공세라 하고 야당은 국정을 견제하는 야당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이고 면책특권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한 현상은 오늘날의 여당, 야당이 바뀌었던 시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정당정치, 정당국가의 형식을 벗어날 수는 없으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과연 면책특권을 이용한 발언이나 표결 등의 행위는 어느 한도에서 인정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에서 위법하게 되는가? 현재 대법원은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이 있다 하여도 발언 내용 자체에 비추어 볼 때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5다57752호 판결).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의 직무라는 것이 국정 전반에 걸쳐 있으므로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발언이라는 것이 있기 힘들고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인 사실도 입증하기 어려운데 국회의원이 그것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까지 인정되어야 면책특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결론인 바, 대법원 판결의 법리로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4.면책특권은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므로 국회 내에서 자율적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면 징계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에서의 발언으로 임기 중은 물론이고 임기후에도 민,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5.개인적으로 현행의 면책특권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회의원들 중 면책특권을 상대방 정당에게 근거 없는 정치적 공세를 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작용이 있다고 하여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의원들의 국회 내 발언과 표결 및 이에 부수하는 행위에 대한 특권이 폐기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오남용은 국민들의 건전한 여론의 심판을 통하여 견제하여야 한다. /차기환 변호사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에서 개최된 '특권의 전당 국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차기환 변호사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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