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 법원까지 간섭…흔들리는 법치 이념의 굿판 걷어 치워야
[미디어펜=조아인 기자]특정 제도가 완벽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인간의 계획이 이상향에 도달한 역사는 지금껏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많은 사람들이 완벽을 구현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했지만, 그 무엇도 만족스럽게 작동된 적이 없다. 단지 헌법, 법률, 사회적 규약들의 인간의 일탈을 심판해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세상엔 온갖 계획주의자들이 앞서 자행된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유도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준법감시위가 있었다면 애초에 삼성이 국정농단에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리석고, 이 같은 제도로 인해 삼성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확신도 환상이다. 

더군다나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은 삼성 내부에 준법감시위 같은 것이 작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 권력과 기업인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대통령이 시키는데 이를 거부할 간 큰 기업인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해법 또한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막는 것에서 찾는 것이 옳다.

   
▲ 이 세상엔 온갖 계획주의자들이 앞서 자행된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유도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준법감시위가 있었다면 애초에 삼성이 국정농단에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리석고, 이 같은 제도로 인해 삼성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확신도 환상이다. /사진=연합뉴스

법으로 답해야 할 판사가 기업 경영에 훈수를 뒀다는 점도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법전에 충실해야 할 자신의 본분을 잃고 경영에 대해 코멘트를 덧붙인 것은 주제넘다. 물론 온갖 범죄자들의 죄를 심판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았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일류 기업, 죄를 벗어난 기업에 훈수 둘 자격을 부여해주진 않는다.

준법감시위를 설치하기로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판사가 이야기한 대로 움직였다.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판사의 말을 들어줬다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판사가 그런 것을 판결에 고려할 만큼 후진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부회장 역시 그런 것을 염두에 둘만큼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일류 기업인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할 만 하다고 판단했으니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또한 외부에서 온갖 갑론을박이 오간다 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다. 모든 결정은 삼성이 알아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좌파 성향의 대법관 출신을 위원장 자리에 앉힌 건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 위원장을 맡았다면 보다 건설적인 관점에서 기업 내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법조인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이번에 임명된 위원장이 준법감시위라는 기회를 통해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길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분명한 건 '이상향'을 만들겠다는 모든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규제를 가하거나,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드는 것으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단지 이 세상을 견딜만하게 만들겠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뿐, 주제넘은 확신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혁신은 위험하다.

역설적으로 기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한 서로가 꿈꾸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국가의 책무와 기업은 역할은 다르다. 기업의 목을 비틀어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겠다는 어리석음은 오만이다. 자칫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모두의 실패로 가는 길이다. 법전을 뛰어넘는 주제넘음은 법치를 위협하고 기업을 흔들고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 어줍잖은 광대놀음을 버리고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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