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3일 이란 군부의 실세를 제거하면서 중동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빠진 가운데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로켓탄을 맞아 폭사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사령관은 중동 일대의 질서를 이란에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작전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국외의 ‘친 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을 지휘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미 국방부는 공습 이유에 대해 “솔레이마니가 미국 외교관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면서 “이번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미국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많이 한 이란과 북한은 다르고, 중국‧러시아가 인접해있는 북한에 미국이 실제 공습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북미관계가 대화 없는 교착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충격적 실제 행동”을 예고하며 “새 전략무기를 목격할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한 바 있다.

특히 북한정권이 예민해하는 ‘참수작전’이 이란에서 발생한 만큼 북한은 대미 공세에 신중을 기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집중하는 틈을 타서 계획한대로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이라크전쟁 등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동에 집중될 당시에도 북한은 핵능력을 급성장시켰던 점에서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정권이 주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핵‧미사일 자체 개발에 나선 것도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할 당시였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트윗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1일 막을 내린 당 전원회의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6일 현재 한반도 상공에서는 미국의 전자정찰기 RC-135W 리벳조인트(콜사인 토라 21)가 감시정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미 국방부가 1월8일 ‘김정은 생일’이나 2월16일 ‘김정일 생일’을 즈음해 무력시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서도 2월8일 건군절 열병식이나 김정일 생일, 3월 초로 예상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 맞춰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여기에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을 소개하는 식으로 미국의 이란 공습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국과 러시아, 유엔헌장을 위반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 규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남용하는 것을 반대할 뿐 아니라 모험적인 군사적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러시아 외무상의 전화통화 사실을 전했다.

통신은 또 “그들은 무력을 사용해 유엔헌장을 위반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의 위법 행위로 지역정세가 심히 악화된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미국을 직접 비난하기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을 빌렸다는 점에서 톤다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도 북한 대외선전매체들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메아리’는 이날 “미국이 중동지역에 3000여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며 미 제82공수사단 일부 병력이 이라크와 쿠웨이트 등 중동 전지역에 분산 배치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메아리는 전날에는 “미국이 중동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서 “친미국가들도 내부 정치와 경제위기를 내세워 미국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이어서 미국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병력을 증강하고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중동지역문제를 풀 수 없고 사망자 수만 늘어날 뿐”이라며 “앞으로 중동지역은 ‘미국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도 3000명이 넘는 병력을 추가로 파병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 역량을 모두 쏟아부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공습 이후 미국 내에서 대이란 최대압박 전략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위) 선회는 경제적 최대압박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바버라 슬라빈 국장의 “미국이 코너에 있다. 지금 뭘 더 할 수 있나”라며 “우리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제재했다. 뭐가 남았나”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제재완화를 포함한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도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 교훈’으로 북한에 대한 유연한 메시지를 발신할지,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보다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을 취할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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