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공모가 지난 3일 마감된 가운데 전임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관료 출신의 인사가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제해문 노조위원장이 내부 인사 중에서는 최초로 도전장을 던져 ‘낙하산’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전 사장의 임기가 작년 말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사장 인선작업이 시작됐다. 이미 예탁결제원에서는 공익대표를 포함한 비상임이사 4인과 민간위원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지난 3일까지 사장 지원자 공모를 받았다. 임추위는 금주 중 지원자 중 3명을 압축 선정해 개별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달 안에 사장 선임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원 사장직은 최소 3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성과급 등 평균 4억원에 달하는 고액연봉을 받는다.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업무 추진비가 나오는 것은 물론 별도의 집무실과 전담 운전기사, 고급 차량 등이 지원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1974년 기관설립 이래 지금껏 단 한 번도 예탁결제원 사장직이 조직 ‘내부’에서 탄생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장대철 초대 사장부터 현직 이병래 사장에 이르기까지 21명의 사장이 배출되는 동안 민간출신 인사가 사장직에 오른 사례 또한 5번밖에 없었다. 보통은 금융당국, 그 중에서도 금융위 주변의 인사가 소위 ‘낙하산’ 형식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3일 마감한 예탁결제원 사장 공모에도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포함해 김근익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기식 전 금감원장 등 현 정부 금융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 다수 지원했다. 그나마 제해문 예탁원 노조위원장이 지원한 점이 이번 인선의 특징이다. 제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현재 지원자들 중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는 사람은 금융위 출신인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다. 이 전문위원은 금융위원회 증권감독과장, 자본시장과장, 행정인사과장 등을 지냈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같은 낙하산이어도 금융위 출신이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업계 예측대로 금융위 출신 외부인사가 신임사장으로 낙점될 경우 현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와 심각하게 배치되는 사례가 추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도 정부는 윤종원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으로 지명하면서 10년째 이어져오던 ‘내부출신 행장 승진’ 관행에 균열을 냈다. 윤 행장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현재 제대로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행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지금껏 한 번도 내부 출신이 승진한 사례가 없는 예탁결제원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장 인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논란이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폐 청산이라는 현 정부의 가치관과 모순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는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