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경자년 새해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혀 남북경협을 길을 제시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해왔지만 지난 한해 북미 간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남북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러나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미국이 즉각 “유엔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혀 문 대통령이 남북 문제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가 기자 질문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답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난해 북미 간 협상이 끝내 결렬된 배경에 바로 대북제재 문제가 있었고,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정세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7일 문 대통령의 신년사 이후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하고, 남북협력 구상들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지적이 나와 있다. 북핵 포기 약속 없는 남북경협 진전은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온갖 도전과 난관을 박차고 자력부흥의 대업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한 웅대한 작전도'라는 기사를 통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은 만수대 언덕에서 북한 주민들이 전원회의에 대한 내용을 상기하고 맹세를 다짐하는 모습./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런데도 정부는 9일 대북제재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재 상황에서도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며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남북 간 운신의 폭을 넓혀나갈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겠다. 독자적인 남북협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국제사회와 협력을 취하면서 그 사업들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가령 남북 철도‧도로 협력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비상업적 공공인프라로 분류돼 사업 자체가 제재 대상이 아니므로 사업을 추진해나가면서 오고가는 물품‧장비 부분에서 제재 저촉 여부를 판단받게 되므로 남북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통일부는 이번에 남북 민간교류를 담당해 온 교류협력국을 ‘실’로 확대·승격하고, 접경지역의 협력을 담당할 ‘남북접경협력과’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접경지역 생명공동체 조성’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현’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공식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관련해 북한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습 시기 잠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두문불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공개 행보에 다시 나섰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나흘간 진행한 뒤 1일 노동신문을 통해 밝힌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처럼 정면돌파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남북대화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으며, 이는 북미협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만큼 북한은 제재 해제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미국은 바로 이런 점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을 이끌어온 것이다. 따라서 ‘남북’을 내세운 문 대통령의 경협 제안에 대해 북한은 오히려 대북제재를 푸는데 걸림돌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