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분쟁조정안 결과에 영향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KEB하나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추가 분쟁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분쟁조정 참여가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 사진=미디어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최근 이사회에서 키코 관련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는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과거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11개 은행 가운데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나머지 10개 은행이 협의체에 참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 협의체가 완전히 구성되더라도 피해기업 147곳에 대한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147곳에 대한 은행 배상 총액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키코 계약 당시 실제 수출금액보다 과도한 규모로 계약을 체결(오버헤지)한 기업 147곳에 대해 은행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배상여부와 금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다만, 키코 피해기업 4곳(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월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에 대해선 6개 은행(신한‧하나‧우리‧산업‧대구‧한국씨티은행)이 피해액의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손해배상 권고를 받은 6개 은행은 분쟁조정안 검토 기한을 20일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당초 금감원은 은행들에 지난 8일까지 권고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전달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11개 은행이 참여하는 완전 협의체가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배상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이보다 일단 금감원이 권고한 4곳에 대한 배상여부가 결정 나야 나머지 147곳에 대한 배상여부도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문제는 4곳에 대한 배상여부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배상여부와 관련해 “아직 검토 중”이란 입장만 반복하며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키코 사태가 이미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 된 데다,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조정안을 수용하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혐의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또한 금감원의 분조위는 ‘권고기구’일 뿐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은행들이 실제 자율적으로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배상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147곳에 대한 추가 분쟁조정안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핵심사안인 4개 기업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 업체에 대한 추가 분쟁 조정안이 조율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4개 업체에 대한 배상 조정안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 업체에 대한 추가 분쟁조정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일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피해기업 4곳의 분쟁조정안에 대한 은행들의 입장이 2월 초에 나올 예정인데, 이 결과에 따라 나머지 추가 분쟁 조정안에 대한 입장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간 자율기구에 참여하겠다는 것과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별개 사안”이라며 “설령 배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은행마다 처한 입장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타 은행들이 배상에 나설지는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4곳의 분쟁조정안과는 별개로 147곳에 대한 자율 협의체를 만들어 배상여부 및 금액에 대한 검토를 권고한데 대해 우리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배상여부에 대해선 ”다른 은행들이 참여해 협의체가 꾸려지면 그 안에서 논의될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