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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의 돌아보기] 송곳 진중권, 해머 드릴 윤석열
진-이성과 논리로 무장·윤-스스로 파고 들어…힘 빠지지 말고 쓰임새 다해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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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1-10 13: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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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진중권은 송곳이다. 모든 송곳이 뾰족하지만 이 송곳은 최상급이다. 어떤 것도 찌르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송곳은 얼음을 깨는 데도 쓴다. 단단한 얼음일수록 송곳의 힘을 더 잘 알 수 있다. 

작은 얼음이라면 송곳을 손에 쥐고 가운데쯤을 겨냥해 몇 차례 내리박으면 사방으로 금이 쫙 간다. 조금 큰 얼음은, 한손으로는 송곳을 얼음 한가운데에 세워놓고 다른 손으로는 망치를 잡고 내리치면 된다. 한 방에 쫙 나간다. 어릴 때 얼음공장 인부들이 아주 큰 얼음을 큰 해머로 내리쳐 부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깨는 게 아니라 부수는 것이었다. 

여러 번 내리쳐야 해서 힘도 많이 들고 얼음조각이 사방으로 튀어나가 '로스(Loss, 손실)'가 많이 생겼다. '해머 드릴(Hammer drill, 전동 송곳)'이 있었다면, 힘이 안 들었을 것이고 로스도 없었을 것이다. 망치로 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벽처럼 단단한 곳을 파고 들어가니까 얼음 깨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인 장비다.

진중권은 송곳이다. 그의 말은 뾰족하고 날카롭다. 그는 자신이 찌르고 싶은 것을 찌른다. 예전에는 안 찔러도 될 곳을 찌른다는 생각에 그의 송곳질이 불편할 때가 없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시원하다. 진중권의 송곳을 시원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은 '조국 사태' 발생 직후부터다.

'조국'이라는 얼음을 깨고 난 그는 조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스스로를 들이댔으며, 유시민은 그에게 맞서다가 구멍이 송송 뚫렸다. 유시민은 견디다 못해 꼬리를 내렸다. "이제 우리는 작별할 때가 됐다"나, 뭐 이상한 말을 하면서. 그러나 그는 멀리는 달아나지 못할 것 같다. 진중권의 송곳이 유시민의 꼬리를 콱 찍어 달아날 수 없도록 박아놓았기 때문이다.

송곳 진중권이 진짜 큰 얼음덩어리를 겨누었다. 대통령이다. 그는 9일 페이스북에 "문재인과 PK 친문을 구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인식과 판단, 행동을 보면 일국의 대통령보다는 PK 친문 보스에 더 잘 어울리는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 진중권(사진 페이스북)은 송곳 같고 윤석열(사진 연합뉴스)은 해머 드릴 같다. 송곳은 송곳대로, 해머 드릴은 해머 드릴대로 쓰임새를 다했으면 한다.

바로 며칠 전만 해도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기 때문에 (유시민 등) 주변의 인의 장막을 비판한다"고 하더니 대통령 자신이 문제의 원천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조국 일가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지휘부를 '학살'한 것을 두고 "이 부조리극은 문재인 대통령의 창작물"이라고 힘차게 찔러넣었다. 

이 얼음덩이에 스스로를 박아 넣은 진중권이 부러지거나 뽑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 파고드는 전동 드릴은 아닐지라도 그의 말대로 '이성'과 '논리'로 벼려온 오랜 내공이 있고 그를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응원자 가운데는 그 못지않게 뾰족한 송곳을 지닌 사람들도 많다. 

페이스북에는 그런 사람들이 올린 글이 수십 개씩 매일 올라온다. 진중권만큼 대중성이 없다뿐이지 날카롭기는 그보다 더한 사람들의 글이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중권이 이번에 새로 겨냥한 얼음덩어리에 자신의 송곳을 꽂아놓고 있던 사람들이다. 이미 상처투성이일 뿐인 그 얼음이 깨진다면 그 공은 진중권의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되겠다. 

송곳에 대한 글을 쓰려고 뒤진 사전에 재미난, 그러나 의미 있는 '송곳 속담'이 몇 개 있었다. "송곳 거꾸로 꽂고 발끝으로 차기"는 "스스로 화를 부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 여당 측 인사들이 요즘 하는 일이다. 유시민이 그중 하나다. 

"송곳도 끝부터 들어간다"는 "모든 일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지켜야 할 순서를 안 지켜서 화를 입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검찰 대학살도 그런 것 아닌가? 

"송곳으로 매운 재 끌어내듯"은 "송곳으로 재를 긁어내려 한다"는 뜻이다. 알맞은 수단과 도구를 쓰지 않아 공연히 헛수고만 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건데, 정부·여당 측 인물들이 자신들의 송곳으로 하고 있는 게 바로 이 짓 같다.

앞에서 말한 '해머 드릴'은 스스로 파고드는 대형 송곳이다. 바위나 콘크리트에 구멍을 내고 균열을 만든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해머 드릴일 텐데, 힘이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송곳은 송곳대로, 해머 드릴은 해머 드릴대로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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