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 공습으로 폭사시킨 뒤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던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해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란은 9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공습은 앞으로 이어질 대미 작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해 여전히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은 자칫 전면전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대내외 전략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 핵무기 보유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으로서는 핵포기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북한에 대한 우회적 경고 메시지로도 읽히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깨고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언론이 “북한은 지렛대를 얻었다”는 평가를 내놓아 주목된다. 특히 미국이 북한과 이란 두 나라 모두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핵보유 상태인 북한 대신 핵개발 시작 단계인 이란을 공격했다는 해석이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9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확실하게 습득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 지도자와는 환담하면서 핵무기가 없는 국가를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핵무기가 없는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쿠스드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것을 보면서 핵보유 의지를 다지게 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크리스토프는 이번 이란 사태는 ‘북한 이슈’뿐 아니라 중동 외교에서도 트럼프행정부의 전략적 패배로 규정했다. 이란으로서는 핵합의(JCPOA)에서 벗어나 5개월 내 1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농축할 수 있게 된데다 경제난에 대한 대내적인 불만을 반미감정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대신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우리의 외부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가 5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되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을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 입장으로서는 미국을 상대로 정면돌파전을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본보기로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공격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고가 됐고, 북한은 대미 강경노선을 더욱 굳힐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적 군사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전쟁권한 결의안’을 9일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일 “트럼프행정부의 도발적이고 불균형적인 공격으로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인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결의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란과 다시 충돌할 경우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양국이 서로 요구 조건을 바꾸지도 않을 것이며 타협이 이뤄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NYT는 “이란이 중동에 수많은 ‘대행 그룹’을 두고 있어 이들이 미군,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문제를 일으키고, 이란이 미국의 국내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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