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간 노력 물거품 만드는 전략공천 "가장 허무한 결과"

급물살 탄 보수통합, 신당 창당되면 기존 공천 기준은 백지
[미디어펜=조성완 기자]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게임의 룰’이 마련되면서 아직까지 뚜렷한 무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본인의 출마지역에 대한 지도부의 전략공천 여부도 알 수 없다. 특히 보수야당의 경우 통합 여부에 따라 기존의 공천 관련 룰이 백지화될 수도 있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10일 ‘미디어펜’과 만나 “이 시기가 되면 항상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상황이지만 직접 당사자가 되니 생각보다 힘들다”면서 “최소 총선 한달 전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월 27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진행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해당 후보가 걱정하는 것은 ‘전략공천’이다. 당 지도부에서 본인의 출마지역을 공천지역으로 선정할 경우 몇 달간 지역을 뛰어다닌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본선을 염두에 두고 마련해둔 인력과 사무실 등은 고스란히 ‘부채’로 남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전략공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청와대, 전·현직 관료 출신 등 경쟁력 높은 후보들은 넘쳐나지만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는 지역구가 한정적이다. 더구나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내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민주당의 전략공천 상황에 맞춰 후보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뻔히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결국 선거는 후보가 뛰는 것이고, 승패에 따른 결과도 후보가 겪게 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전략공천은 그런 기회조차 일방적으로 박탈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장 허무한 결과”라고 씁쓸함을 비쳤다.

한국당 등 범보수야권 예비후보자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수통합’이다. 보수통합은 이제 이번 총선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 잡았다. 박형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통합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선인재로 영입된 지성호 나우 대표, 김은희 전 테니스코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사실상 신당 창당으로 무게추가 기울면서 기존에 각 당별로 정해놓은 공천 기준은 백지화되고, 통합 이후에 새로운 기준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년·여성·정치신인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한 공천 기준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당에서 마련한 공천 기준이 통합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될거라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면서 “만약에 신당이 만들어지면 공천관리위원회가 새로 꾸려질 것이고, 기준도 새로 마련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영남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이런저런 고민은 많지만 지금 아무리 고민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금은 한명이라도 더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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