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과 공감대 형성 "KBS 문제 총선 등 많은 대화 나눠"

"탄핵 책임자 '나를 밟고 가라' 해라...징검다리 필요"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천영식 KBS 이사가 사표를 내고 4·15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지역 출마를 결심했다.

11일 천 이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KBS 이사의 힘으로만 언론 권력을 상대하기는 한계가 있었다"며 "KBS의 본질은 권력방송이고, 정권을 다시 잡아야 방송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래야 KBS 문제가 풀린다"고 총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천 이사는 2017년 5월10일 청와대를 떠나 '펜앤드마이크' 설립 작업 등 우파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 천영식 KBS 이사가 10일 SNS에서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사진=천 이사 페이스북 캡처

2018년 9월부터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로 임명됐으며 '이념 편향성' 논란이 불거진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 폐지에 앞장서기도 했다.

KBS 노조에 대한 견제를 위해 소수이사 성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KBS 대중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천 이사는 지난해 고대영 전 KBS 사장, 김장겸 전 MBC 사장 등과 '자유미디어국민행동'을 조직해 우파 시민운동을 이어갔다.

천 이사는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KBS 이사마저 그만두게 됐다"며 "KBS는 이사의 노력만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간 품어왔던 총선 출마의 뜻을 사직서 제출과 함께 최종 결심을 굳혔다는 천 이사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몰락과 정상적 국가 궤도의 진입을 위해 미력하나마 제 몸을 던져나가겠다"며 "국민들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천 이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 초창기에 노조의 핵심 주체들이 회사 경영진으로 흡수되어 문 정권 드라이브 코드 가동에 적극 동원됐고 회사를 비정상의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1~2주에 한번씩 모이는 이사회마저도 연일 터져나오는 방송 사고 이후 오히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것으로 더 축소됐다"며 "이사회가 반발하자 대응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사회를 더 위축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이사는 지난해 고성 산불 현장 늑장보도와 거짓방송, 앵커 리포트와 영상이 따로 놀았던 대구 방송사고 건을 거론해 "노조가 방송국을 장악해버려 기강이 해이해졌다"며 "데스킹 무력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방송과 김제동 프로그램 등 특정 이념을 확장시키기 위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행위가 서슴없이 저질러지는 것은 방송 사고보다도 더 심각한 일"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천 이사는 "이사회라는 합법적인 기구 내지 사내에 존재하는 기구로서 망가져가는 KBS 문제점들을 다 견제하거나 제동을 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사회대로 역할을 해야겠지만 보다 궁극적으로 정권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제안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황교안 대표와 KBS 문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 총선의 중요성 등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중도·보수 통합과 관련해서 천 이사는 "선거 때마다 중도를 껴안아야 한다는 것은 선거공학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이지만 중도라는 것은 진영이 튼튼해야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도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보수 스스로를 무장해제시키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제시 조건 중 '탄핵의 강을 건너자'에 대해서도 "강은 징검다리가 있어야 건널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나를 밟고 가라'고 해야 건널 수 있는 것이지, 모른 척하고 흘러가는 강물을 그냥 건널 수는 없는 것"이라며 "탄핵 사안의 본질과 민심의 본질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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