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3일 미국으로 출국해 1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 

하노이회담 ‘노딜’ 이후 교착 국면이 길어지는 북미 대화 복원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 이란 갈등 속 호르무즈 파병 문제, 해를 넘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약 9개월만에 열리는 것으로 두 장관의 10번째 만남인 이번 회담을 준비하는 강 장관의 발걸음이 무거울 전망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강 장관의 방미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상황 평가 및 향후 대응 방안, 한미 관계의 포괄적·호혜적 발전 방안을 협의하고, 최근 중동지역 정세를 포함해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지역·글로벌 차원의 공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와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달 중 진행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논의 테이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9년 3월 2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하노이 회담' 이후 첫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한미 대북공조 문제는 북한의 냉담한 태도가 이어지면서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협력 사업들에 관해 설명하고 미국의 협조도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등 스포츠 교류 협력,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 6.15 김정은 위원장 답방 여건 마련 노력 등을 밝혔지만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9일 정의용 실장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달해달라고 말한 것이 전해지면서 북미 간 대화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내고 남한은 북미관계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압박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한국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적극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가장 강력한 동맹”을 강조하고 나선 탓에 피하기 어려운 현안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호르무즈 파병을 희망한다”면서 이례적으로 직접 거론하며 파병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와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미·이란 간 갈등이 실제 무력충돌로 이어지자 호르무즈 파병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경우 청해부대를 활용해 일본과 같은 독자 파병 방안을 우선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동참하지 않고 인근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통해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한국 상선을 보호하는 방안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청해부대 활동에 국민의 안전과 보호가 포함돼 있으니 활용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도 꼭 싫어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장관의 방미 기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샌프란시스코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이 잡혀 있어 이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까지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협정 종료 시한인 2019년을 넘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이번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대사도 14~15일 진행될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6차회의를 위해 워싱턴DC로 떠날 예정이어서 두 외교장관 사이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만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방위비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내 미군 주둔 문제를 언급하던 도중 불쑥 한국을 ‘부유한 나라’로 거론,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라며 또다시 압박한 바 있다.

미국 조야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분담금 인상액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가 과하다는 비판론이 커지는 만큼 미국이 합리적인 요구액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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