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중기대출 늘리기엔 위험부담 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른 가계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올해도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확대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은행의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금지하기 위해 도입된 신예대율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가계대출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성장둔화를 상쇄할 만큼 중기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기대출에 대한 증가율이 높은 상태에서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른 가계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올해도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확대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사진=미디어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중기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은 444조 224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4%(30조 7993억원) 늘었다. 

이는 신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100%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늘리는데 주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신예대율에 따르면 기업대출 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85%로 15%포인트 낮춰 적용하는 반면 가계대출 가중치는 100%에서 115%로 15%포인트 높게 적용한다.

같은 예금액을 기준으로 기업대출은 지난해보다 15% 늘릴 수 있지만 가계대출은 15% 줄이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선 기업대출을 늘리고,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그만큼 예적금을 늘려야 한다.

이처럼 정부가 집값을 잡기위해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은행권은 ‘우량 중소기업’ 대출을 통해 수익성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은행보다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대출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3조 4153억원(4.5%)로 줄어들었다.

또한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내세워 중소기업의 정책적 지원을 강조하는 것도 은행권이 중기대출을 확대하려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제 흐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계보다는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있는 중소‧벤처 기업과 같이 더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의 물꼬를 트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가계대출의 성장둔화를 상쇄할 만큼 중기대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기업대출에 대한 증가율이 높은 상태에서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엔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또한 기업대출을 통해 가계대출의 수익률을 메우기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려는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대출에 따른 수익성을 메우기엔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