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 국내 배달앱 시장 90% 이상 독점, 경쟁이 없는 독점 시장 부작용 우려해야
   
▲ 배달의민족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어릴 적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짜장면을 주문하면 직원이나 사장님이 직접 가져다주셨다. 배달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장에서 먹는 고객보다 배달 고객이 자리 비용도 나가지 않고 더 고마웠을 수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키면 배달료 2000원이 추가됐다. 음식 가격에 배달료가 추가로 붙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된 것일까. 무엇보다 배달 대행업체 및 배달앱 시장이 급속히 커졌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님은 배달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아웃소싱을 주게 됐고, 배달 대행업체들이 음식점과 배달종사자, 소비자를 연결해주면서 중간 수수료를 가져가게 됐다. 강남의 음식점에 가면 자가 주차 공간이 있는데도 강제 발렛파킹을 해야 하고 식사비 이외에 발렛비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유통 업체가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배달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음식배달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배달 시장 규모가 20조~23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급속한 배달시장의 성장 속에 지난해 말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1위의 배달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1위 배달앱 기업인 배달의민족을 4조7500억원에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한국에 진출해 업계 2위인 요기요와 3인 배달통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약 50%를 배달의민족이 차지하고 있고 요기요(35%), 배달통(10%)까지 포함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두고 '배달의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됐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그동안 경쟁사였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은 경쟁사가 아닌 '관계사'로 묶이게 됐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시장 확대보다 협력하고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경쟁이 없는 독주 시장의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객에게는 배달료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음식점에는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배달종사자들도 좋을 게 없는 시장이다. 

그래서 이번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가 더욱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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