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내놓은 평가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여전히 신뢰하냐’는 질문에 답변없이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라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이미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임명 당시 윤 총장에 대한 신뢰 이유를 새삼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검찰인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벌어진 충돌에 대해 “법무장관이 와서 말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고 말해 사실상 윤 총장에게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관행을 비판하는 투로 말했지만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달라진 세상인 만큼 내용은 공개되지 않더라도 검찰총장의 인사 개진, 법무장관의 제청과 같은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다만 그 한건으로 윤석열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이번 일은 제청하는 방식이나 절차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지만 “국민 비판을 받는 조직문화나 수사관행을 고쳐나간다면 훨씬 더 많은 국민 신뢰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또 ‘이번 검찰인사가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인사라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도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은 항상 계속 되지만 이와 별개로 정기인사는 항상 이뤄져왔다”며 “이 부분은 좀 분명히 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지만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주요 사건들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며, 여러 수사를 지휘 통제하는 요소가 있다”며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기소권도 공수처에서 판‧검사들에 대한 기소권만 갖게 됐고, 나머지 기소권은 검찰의 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대부분 국민은 검찰의 기소 독점 상태에 있다”며 “검찰 개혁은 여전히 중요하고,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검찰총장이 앞장서야 수사 관행이나 조정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이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윤석열 검찰’의 청와대 수사를 의식한 듯 “검찰의 수사와 검찰의 개혁이라는 여러 과정이 청와대 수사와 맞물리면서 그것이 권력 쟁의 비슷하게 다뤄지는데,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다. 청와대에 대한 수사는 그 이후에 끼어든 것이다. 그 두 가지를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뿐 아니라 청와대, 국정원,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은 끊임없이 개혁의 요구를 받고 있다. 자칫 원래 갖고 있는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 권력이나 지위를 누리기 쉽다”며 “그런 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이 권력기관의 개혁이다.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면 검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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