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재신임을 사실상 유보하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여전히 신뢰하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해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유무죄와 무관하게 이미 조 전 장관이 겪은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도 좀 호소하고 싶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이제는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자. 유무죄는 재판에 맡기고,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을 향해 ‘선택적 수사’와 ‘인사 관행’을 들면서 “검찰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라”고 말해 조건부 신임 의사를 밝힌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에 의해 조사받고 있는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비호하는 발언을 해 법적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청와대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고 “‘번지수’가 틀렸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마음의 빚’을 느껴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며 “조국 가족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학생들과 학부모는 물론 국민에게는 ‘빚’이 없나”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혀 내놓는 정책마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내집 마련의 꿈조차 꾸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빚’은 어쩔 것인가”라며 “소득주도성장 실험으로 소상공인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말했어야 하는 분들은 바로 이런 ‘국민’들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도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아닌 조국수호 사령관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조국에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검찰을 숙청했나?”라며 “(문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조국이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길 포기한 발언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 대표는 “정말 나라와 국민을 생각했다면 조국을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것을 사죄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으로서 옹호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인사권자인 문대통령은 검찰에 조국 사건 엄정히 수사할 것을 지시해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무죄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간적인 미안함을 진솔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은 “당시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을 민정수석, 법무장관에 끌어들인 것이 문 대통령”이라며 “이후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을 주도했고, 그런 점에서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임명으로 생겨난 갈등에는 문 대통령이 여러 번 사과했다”며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씀은 이제 서초동이나 광화문으로 나뉘지 말고 검찰개혁이나 공정성 문제에 집중하고, 조 전 장관에 대한 문제는 법의 심판으로 넘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특히 ‘고초’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솔직한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우리사회의 이념 및 지역 갈등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 88.4%는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특히 이념 갈등을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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