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낙하산 논란 일축으로 갈등 격화…노조 ‘은행장 선임절차 개선’ 요구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에 대해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윤 행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풀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장 인사와 관련해 낙하산 논란을 일축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이 나왔던 국책은행장들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갈등을 푼 가운데 윤 행장의 출구전략은 무엇일지 주목받고 있다.

   
▲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한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임명 14일째를 맞이한 윤 행장의 출근 시도가 노조의 저지로 또 다시 무산됐다. 윤 행장은 현재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윤 행장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기업은행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의 낙하산 논란 일축 발언으로 노조와의 갈등이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으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며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행장은 과거 정부에서 경제금융 청와대 비서관, 우리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하는 등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다”며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의 역할에 대한 관점에서 인사를 봐달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해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낙하산 반대가 어찌 내부 행장 요구냐”며 “공기업을 권력에 예속시키지 않고 금융을 정치에 편입시키지 말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은행장 선임절차 개선에 대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다른 국책은행장들은 임명된 직후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반으로 활동한 이 회장은 임명 후 노조 측과 토론회를 열었다. 노조원들과 정책 금융 수장으로서 운영방향 등에 대해 공개 토론한 결과 노조는 농성을 풀고 이 회장을 받아들였다.

방 행장 역시 임명 직후 곧바로 노조를 찾아가 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 행장은 행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과장, 재정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방 행장이 임명되자 노조는 곧바로 출근저지 등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자 방 행장은 노조위원장에게 상견례를 요청해 토론회를 열고 은행 경영 철학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후 수은은 방 행장이 직접 참여하는 노사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해결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수은 관계자는 “인사개편을 통해 미래발전TF(가명) 조직을 만들었다”며 “방 행장이 직원들과 함께 은행 발전을 위한 여신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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