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 이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남북협력 추진 의사를 강조한 가운데 우리국민의 북한 개별관광이 현 교착 국면을 돌파할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현재 북미대화에 진전이 없으면서 남북관계가 막힌 상황에 대해 “북미 간 대화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남북 간 가능한 협력을 최대한 넓혀나가면 북미 간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와 ‘개별관광’을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개별관광 같은 것은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남북협력이 필요한 경우 대북제재의 일부 면제나 예외 조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3차 남북 이산가족 교류촉진 기본계획’(2020~2022)을 통해 새해부터 제3국에서 이뤄지는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기 이전에도 제3국에서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상봉, 서신교환 등에 대한 경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도 추진한다는 방안을 담았다.

즉 ‘이산가족 개별관광’을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최우선 사업으로 검토한다는 것으로 이는 ‘금강산관광’이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반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인도주의적 과제를 결부시켜 제재의 틀을 뛰어넘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개월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을 만난 직후인 1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남북이 먼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며 “미국 측에서도 우리의 의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새해 첫 현지지도로 순천린(인) 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월7일 밝혔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강 장관에 이어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5일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해 개별관광 추진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한번 이야기해보려 한다”고 밝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개별 관광이 “(유엔) 안보리 제재 자체에 의해서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이렇게 하는 것도 기존의 제재 체제를 존중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협의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의 틀을 존중하는 내에서 우리가 여지를 찾아보는 그런 식의 노력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16일 비건 부장관을 만나고, 18일까지 미국에 머물 예정인 이 본부장이 이번에 남북협력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을 좁히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미국과 한국의 일치된 대북 대응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동맹국 한국은 북한과 관련한 노력을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고, 단합된 대북 대응도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개별관광이 국제사회 대북제재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미국정부 입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미관계 진전에 남북관계가 속도를 맞춰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한국정부의 금강산 개별관광 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남북협력에 속도를 내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미국의 반응 못지않게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이 우리국민에게는 개별관광을 허용한 전례가 없고, 특히 이산가족에게 고향 방문을 허락할지는 미지수이다. 현대아산이 시설 투자 등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을 주도했을 때처럼 국민안전이 담보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단체관광이 아닐 경우 북한으로서도 수익 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북한에서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초청장을 받아오거나 관광비자를 받아오면 방북을 승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북한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북한대사관이 있는 베이징 등으로 나가야 하는데다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국민의 공감대 형성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개별관광은 대북제재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고, 외교부 당국자는 “많은 나라가 개별관광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국민은 아직 못 간다고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제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대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를 선언하고 한국정부를 배제하는 ‘통미봉남’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안전도 담보하지 못하는 개별관광 추진 문제가 자칫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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