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독특한 관행 정착...섣부른 개입 '득보다 실' 우려

정부가 새로 법을 만들어서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찬성하는 분들이 많군요.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약자로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자인 가게 주인이 횡포를 부려서 권리금을 가로채 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권리금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많은 정책들이 그래왔듯이 이 정책도 득보다는 실이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입자 자신들에게 안 좋은 결과가 올 겁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구체적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권리금이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 오가는 돈 인지부터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아 나가는 돈이 권리금입니다. 주인이 챙기는 돈이 아니라는 말이죠. 가게 주인이 받는 돈은 권리금이 아니라 보증금과 월세입니다.

   
▲ 창립 1주년을 맞아 국내를 비롯 글로벌 자유주의 인사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는 프리덤팩토리의 김정호 대표. 프리덤팩토리는 시민주주 731명이 투자하여 설립된 주식회사형 민간싱크탱크로서 입법청원운동, 소비자주권운동, 자유통일운동 등에 주력하고 있다. 

권리금은 주인이 자신의 권리를 상당 부분 포기하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습니다. 권리금을 받기 위해 기존 세입자는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고릅니다. 그래야 가장 높은 권리금을 내는 세입자를 고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 관행입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가게 주인이 아니라 기존의 세입자가 고른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세입자가 마치 가게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 것이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주인이 권리금 수수 관행을 눈감아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자기가 직접 고를 테니 임대 기간이 끝나면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한다면 세입자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합니다. 가게 주인들이 그 권리를 포기하고 세입자의 ‘주인 행세’를 허락해왔던 거죠.

주인은 왜 자신의 권한인 새로운 세입자 선택권을 세입자에게 양보해왔을까요? 그것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어야 기존 세입자들이 열심히 장사를 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가게의 가치가 높아지길 기대한 것이죠.

대부분의 경우 권리금 제도는 잘 작동해왔습니다만 가끔씩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제일 문제가 된 것은 주인이 일종의 속임수를 쓸 때죠. 계약 기간 종료와 함께 세입자에게 가게를 비워달라고 해 놓고는 세입자가 해 놓은 인테리어 등을 그대로 쓰거나 또는 세입자가 만들어 놓은 고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계속하는 것이죠. 그야말로 무임승차를 하는 겁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법이 이런 파렴치한 주인만을 혼내 준다면 좋은 일입니다. 투자의 가치가 더 잘 보호 될 테니 세입자들은 더욱 가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투자하고 장사를 하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세입자가 만들어 놓은 가치를 가로채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주인이 장사를 하려는 것이면 어쩌죠? 새로운 법 하에서는 그럴 경우에도 주인은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야 할지 모릅니다. 자기 가게에서 자기가 장사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거야 말로 난센스죠.

가게를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는 더욱 문제가 될 것입니다. 기존 가게를 헐고 다른 가게를 만들려고 하는데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줘야 할지 모릅니다. 권리금은 주인이 아니라 그 전의 세입자가 받아서 나갔는데 말입니다. 이것 역시 난센스입니다.

이런 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의 상가 시장에는 차츰 권리금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기존 세입자가 아니라 주인이 직접 고르면 권리금은 사라지게 되죠. 그리고 그것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약 새 법이 주인의 그런 권리마저 제한한다면 상가 주인이 되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권리도 행사 못하고 의무만 있는 상가주인을 왜 하려고 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매기가 없는 상가 시장은 더욱 얼어붙겠죠. 상가 분양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권리금 제도는 한국만의 독특하고 매우 생산적인 제도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기존 세입자가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골라서 권리금을 받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안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새 법을 만든다면 그런 부도덕한 행위만 솎아내는 법이어야 합니다. 그것을 넘어서 가게 주인이 자기가 받지 않은 권리금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면 권리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할 겁니다. 권리금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권리금 관행이 없어지면 세입자들도 어려워집니다. 세든 가게에 투자를 하기가 매우 불안할테니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불완전합니다. 그것을 완전하게 만들겠다고 개입하다 보면 더 큰 불완전이 올 때가 많습니다.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이 그렇지 않길 바랍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