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 기대 및 미중 무역분쟁 휴전모드 영향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시장에선 대내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수출 등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된 데 따른 경기 반등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제공=한국은행


한은은 17일 오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돼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1월 직전 회의에서는 연 1.25%로 동결됐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둬 왔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8일 채권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100명)의 99%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답변엔 1%만이 응했다.

협회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저성장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경기선행지수나 수출 등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된 데 따른 경기 반등 기대도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완화 기조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된데 대다가, 정부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규제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 미중 무역분쟁이 휴전모드에 들어간 점도 금리를 동결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으면, 오는 2월 또는 4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상반기까지 금통위는 2월27일, 4월9일, 5월28일 등 3차례 열린다. 하반기에는 7월16일, 8월27일, 10월14일, 11월26일 등 4차례 개최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이번 상반기 중으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상당히 우려되는 시점으로,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0.4%였고, 올해 물가상승률도 1%로 목표안정물가(2%)를 훨씬 밑돌고 있다. 결국 물가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올해는 경기를 부양시켜야 되겠다는 강한 움직임이 반영되면서, 상반기에 한 차례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교역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 

국제금융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낸 가운데, 최근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변동성이 일시 확대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건설투자와 수출이 감소를 지속하였으나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고, 소비 증가세도 확대됐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한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소비 증가세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폭 축소, 석유류 가격 상승 등으로 0%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하여 금년중 1% 내외로 높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장기시장금리는 하락 후 반등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분쟁, 주요국 경기,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와 국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