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삼성바이오 사건 증거 채택 거부…특검 '이의신청'
증인 채택·감시위 평가 놓고 서로 반박
다음 공판 2월 14일 오후 2시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 참석을 위해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4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 측과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원회, 증인 채택,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 자료 증거채택 등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양측에 과제도 안겨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견제하는 전문심리위원단에 대한 평가와 위원 선정이 그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법원 건물로 들어섰다. 굳은 표정의 이 부회장은 심정 등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변호인 측과 특검 측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데 설전을 벌였다. 

변호인 측은 이날 PPT를 띄우고 약 20분간 준법감시제도 내용과 독립성 보장 마련 방안, 권한 등을 설명했다. 그룹 총수나 이사, 대주주 등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도록 준법감시위원회에 독립성과 내부거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위원회가 실효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도입은 양형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재벌개혁부터 우선되지 않으면 위원회 도입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 측은 "과연 대통령과 최대 총수 재벌간 벌어진 사건에서 준법감시제도 수립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재용 부회장을 봐주는 명분쌓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뇌물방지책'으로 내놓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운용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위원단은 3인으로 이 중 한명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다.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변호인 측과 특검 측이 재판부가 지명한 위원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나머지 2명은 양측에서 각각 1명씩 추전해 내달 공판기일에 최종 지정하고 전문심리위원단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할 계획이다. 

증인 채택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이날 증인으로 신청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알려진대로 참석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CJ그룹이 재정지원과 쌍방 증인 신청에 따른 증인 출석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증인신청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반면 특검은 손 회장의 재소환을 강조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손 회장이 양형 증인인 점을 고려해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손 회장 외에 다른 증인에 대한 채택 여부는 보류됐다. 변호인 측은 전문가 증인으로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 웬델 윅스 미국 코닝사 회장을 신청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맞 증인'으로 특검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용철 변호사를 거론했다. 

변호인 측은 특검이 전성인 교수를 김화진 교수의 반대증인으로 신청한 점은 몹시 부적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화진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이론에 관한 저서나 학술지에 저널을 쓴 전문가로서 승계작업을 논할 수 있는 반면 전성인 교수는 최소한의 객관성과 중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변호인 측은 특검주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인터뷰를 하기도한 전성인 교수를 '오염된 증인'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특검 측은 "김화진 교수와 전성인 교수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정반대다"며 "그럼에도 양쪽 교수를 전문가로 증인 신문하자는 이유는 승계작업을 바라보는 긍정적·부정적 시각에 대해 재판부가 들어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기록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검이 제출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자료에 대해 "파기환송심인 이 재판에선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지는 각 현안과 대가관계를 특정해 증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구체적 입증을 위한 증거조사는 사실 인정이나 양형 측면에서 모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신청한 서면증거 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과 관련해 제출된 증거는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파기환송심에서 채택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재판부가 증거 채택을 기각하자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판시 내용을 보면 삼성물산의 부당한 합병 비율, 인위적인 가치 불리기 사건도 포함돼 있는 데다 승계작업이 그 배경이라고도 나와있다"며 "기각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추후 서면으로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여부를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공판 준비 기일은 2월 14일 오후 2시 5분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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