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만 해도 "지역구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울먹
창릉 신도시 건설로 집값 피해 본 주민에 "동네 물 나빠졌다" 폭언
   
▲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미디어펜=홍샛별 기자]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역구 주민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단체들은 주민을 하대하는 권력 갑질을 비판하며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시민단체인 일산연합회 회원 40여 명은 일산 서구 주엽동의 김 장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행정과 독단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며 국가와 고양시를 위기로 몰아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즉각 장관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오수 처리장’이라고 쓰여진 상자 안에 김 장관의 사진이 들어간 의정보고서 수십 장을 찢어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 장관 때문에 동네 물이 나빠졌고, 수질 개선을 위해 오수 처리장에 김 장관을 넣어버린다는 의미라는 게 회원들의 설명이었다. 

이현영 일산연합회 상임대표는 “거센 연론의 질타 속에서도 (김 장관이)어떤 사과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역구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장관의 사무실을 방문해 “우리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 김 장관을 믿을 수 없다”면서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현미 사퇴하라’는 문구가 쓰인 레드카드를 사무실 벽면 가득 붙여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김 장관 사퇴를 촉구하게 된 이유는 지난 12일 김 장관이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날 고양시 일산 서구청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한 김 장관에게 몇몇 시민이 정부가 추진 중인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철회 등을 요구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김현미 의원님 고양시 안 망치셨냐”면서 항의했다. 

처음엔 “아니에요”라며 웃으며 답하던 김 장관은 항의가 이어지자 다소 굳은 표정으로 “그동안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네”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이달 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일산서구 주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오늘 저를 장관으로 만들어주셨고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줬다. 일산 서구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울먹이던 모습과는 정 반대다.

일산에 거주중인 50대 한 모씨는 “1기 신도시인 일산 주민들은 창릉 3기 신도시 건설로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김 장관에 대한 지역 내 민심은 싸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씨는 이어 “지역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물이 흐려졌다’는 발언을 하는건 공직자로서 적절치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민심이 들끓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와 민주당은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민주당은 일산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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