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슴+해피...윤리가 되살아나야 진정한 선진국

청렴공직자의 '오르피'

   
▲ 신백훈 농협대학교 겸임교수
아내가 하품을 한다. 미안한 듯 살짝 미소를 짓는다. 내 얼굴이 굳어지면서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그래서 맹자가 호연지기를 길러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아내가 또다시 하품을 한다. 이제는 눈물까지 맺히는 큰 하품을 대놓고 한다.
“그렇게 재미없냐?”는 물음에 아내는 대답 대신 씩 웃기만 한다.
강사활동을 하는 필자는 강의안 중에서 중심이 되는 한 대목을 아내를 대상으로 하여 강의연습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남편 강요에 못 이겨서 앞에 앉아 듣는 척 하던 아내가 얼마나 지루하였으면 하품을 할까?

직업윤리교육 강의에서 맹자의 호연지기를 길러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데서 나오는 장면이다. 필자는 인간의 본성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이며 인성(人性)이 곧 성선(性善)이니 “착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수(禽獸)와 같다”, “이순신, 안중근 등이 호연지기를 잘 기른 사람들의 귀감이다”라고 예를 들어 설명을 하는 스타일이다.

이에 대해 아내의 반응은 “좋은 말이기는 한 것 같은데 하나도 재미가 없고, 또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이순신, 안중근같이 될 수가 있냐? 그리고 그분들이 모두 제명에 못살고 전사하시거나 사형당하셨네! 그러면 호연지기 기르면 일찍 죽는 거네?” 아내의 항변(?)이 섞인 질문에 말문이 막힌 나는 “수강태도가 불량하다”는 말로 연습(?)을 끝내 버렸다.

오르피=오르가슴+해피

“호연지기를 기르면 뭐가 좋은데?”라는 아내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여 만들어낸 게 ‘오르피’이다. 호연지기를 기르면 ‘오르가슴’과 ‘해피’가 합쳐져 행복한 경지의 절정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해 주었다.

아내가 ‘감을 잡았다’고 한다. ‘필’이 느껴진다고 한다. 드라마를 비롯하여 우리네 생활 중에 외래어를 많이 접하다보니 외래어로 해야 쉽게 이해되는 것 같다.(에휴! 맹자님 이해해 주세요!)

사육신들의 당당함이 이해가 된다. “형리 이놈아! 인두가 식었느니라.! 더 달구지 못할까!” 이게 무슨 말인가? 이런 오기가 있는가? 성삼문·유응부 등이 불에 달군 인두로 고문을 당하는데도 형리에게 호통을 치다니…. 어릴 때는 ‘사육신’들의 이 말이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게 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답을 찾았다. 사육신이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고 수양대군에게 잘못을 지적하며,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당당함은 맹자의 호연지기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이 한목숨 인의(仁義)의 가치를 지켜내었구나! 하는 희열을 가져오게 하여 정신적 절정감을 느끼게 되니 달군 인두로 살을 태우는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청백리들이 물질적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 본성인 성선의 가치를 지켜 냈다는 데서 오는 정신적 오르가슴의 힘이다.

공직자의 쳥렴도 평가

고향 제주도의 공직 청렴도 평가가 계속 하위권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는다. 새로운 원희룡 도정이 시작되는 이때에 공직자의 윤리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발마사지 집 중 대박집과 쪽박집이 나란히 자리 하고 있는데 대박집의 비결은 사장이 종업원들에게 “발마사지는 지구에너지 창출업이다. 피곤한 사람을 잘 주물러 힘을 내게 해주는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교육한 결과라고 한다.

공직자는 공동체를 선도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어 그 지역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제주도정이 청렴성을 찾으려면 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 그리고 제주지역의 사회단체장 등 모두가 나서 새로운 가치관과 사회윤리 의식을 높여야 한다. 물질과 육체적 오르가슴은 순간적이고 인간을 금수(禽獸)처럼 만들어 가지만, 공직자들의 인생에 있어서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정신적 오르피를 맛보게 해주는 게 직업윤리의 실천이다.

지금은 윤리경영의 시대다. 공무원 조직보다 못지않게 아니 더욱 윤리경영을 최고 우선순위로 하는 게 요즘 기업경영의 흐름이다. 직업윤리강좌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한몫했다. 중진국까지 가는 나라는 많아도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기는 쉽지 않다. 중도 좌절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1만배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직업윤리, 사회윤리, 윤리의 시대를 정착시켜야 할 때이다. 우리사회에 ‘오르피’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신백훈 농협대학교교수, 강사협회제주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