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산하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 증자를 결정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충족한 하나금투가 작년에 먼저 증자를 단행한 신한금융투자보다 먼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될 경우 국내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내에 자회사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결정했다. 작년 9월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 4396억원(별도 기준)으로 초대형IB 핵심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사업(단기금융업)을 인가 받기 위한 자기자본 요건 4조원에는 미달하고 있다.

   
▲ 사진=하나금융투자


올해 상반기에 5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받게 될 경우 단기금융업 인가신청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증자의 의미는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삼분하고 있는 발행어음시장의 판도 변화도 점쳐진다.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의 공통된 목표 중 하나는 과도한 은행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이 목적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1조 2000억원의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꾸준히 하나금투의 몸집을 불려 왔다. 만약 올해 5000억원대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3년 사이 1조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의미가 된다.

하나금투가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초대형IB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로 지정받게 되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인가에 성공하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현재 국내 5개 초대형IB 중 어음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개사다.

업계 안팎에선 하나금투보다는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IB 인가를 먼저 받을 것이라고 추정해 왔다. 신한금투의 유상증자 속도가 더 빨라서 이미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 초대형IB의 인가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작년 9월말 기준 자기자본 4조 1983억원).

그러나 최근 ‘라임 사태’가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 자산의 부실 정황을 파악하고서도 펀드 판매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인가 가능성이 낮아졌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의 경우 결격 사유가 없는 상태로 신청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금투보다는 하나금투가 먼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빠른 시일 내 관련 이사회를 열고 하나금투에 대한 유상증자 여부, 금액,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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