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이정길이 故 김자옥·김영애를 추모했다.

21일 오후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는 1970년대 멜로드라마의 제왕이자 대통령·회장님 전문 배우 이정길이 출연했다.

1965년 데뷔한 배우 이정길. 극단 '실험극장' 소속 시절부터 70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하며 온 열정을 다해 갈고닦아온 그의 탄탄한 연기 내공은 1974년, MBC 드라마 '수선화'를 통해 빛을 발했다.

멜로드라마의 대표 스타로 발돋움한 이정길은 이후 김혜자, 고두심, 이효춘, 임예진, 김자옥, 김영애 등 당대 탑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멜로·사극·시대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중후한 카리스마와 인자한 이미지를 살려 대통령·회장님 전문 배우로 활동해왔다. 그의 연기 인생 55년간 출연한 드라마가 무려 140여 편. 말 그대로 한국 드라마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 사진=MBC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반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그가 처음으로 특별한 휴가를 가지고 있다는 요즘. 이정길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배우 김자옥과 김영애의 봉안당을 찾았다. 2014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자옥과 3년 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영애. 

이정길은 김자옥에 대해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 '수선화'를 같이 하면서 우리 모두 세상에 스타로 알려졌다. 그 작품 덕분에 함께 스카우트돼 30년 넘게 MBC에서만 연기했다"고 밝혔다.

함께 스타덤에 올라 연인으로, 부부로 수십년간 호흡을 맞춘 김자옥과 '야상곡'으로 함께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던 김영애 모두 이정길에겐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이정길은 "큰 배우가 될 때까지 같이 보낸 세월이 있기 때문에 호칭을 '오빠'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 개념이었다. 눈만 뜨면 같이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한때는 가족과 보낸 시간보다 그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고 두 배우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 사진=MBC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자네들, 이렇게 운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많은 드라마 제작하던, 애틋했던 과거가 한편으로 묻히고 말았네. 이렇게 와서 옛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또 저미는구먼. 어쩌면 이렇게 연기를 잘하나 매번 느껴가며 했던 연기자 중 우리 김자옥 씨 잊을 수가 없지. 그래, 자옥 씨 편안하게…."

"우리 김영애 씨, 이렇게 또 한군데 같이 있어서 말이야. 영애야, 이정길 오빠 왔다. 세상을 달리한지도 꽤 됐네, 벌써.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여한 없이 호흡을 맞춰가며 많이 연기했지. 좋은 작품들도 많이 했고. 뭐 이제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또 만나게 될 텐데. 편안히 잘 보내."

'사람이 좋다'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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