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대화 재개를 거론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더이상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용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지난 2년 동안 북한은 핵·탄도 실험을 자제해왔다”면서 “불행하게도 미국은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를 무시했으며, 계속해서 제재를 부과하고, 한국과 공격적인 군사 훈련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면서 “(미국에) 우리의 인내심을 잘못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해 왔다. (미국과의) 약속에 일방적으로 얽매일 이유가 더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 참사관은 “미국은 북한의 발전과 정치적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야욕을 분명하게 지녔다”면서 “만일 이러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기 전까지 북한은 계속해서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전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미국이 내 나라에 제재와 압박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다자회의에서 ‘새로운 길’에 대한 첫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앞서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 협상과 관련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라면서 시한을 넘길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장근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보다 먼저 진행한 발언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행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날 유럽연합(EU)의 순회 의장국인 크로아티아는 북한에 협상 복귀 및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고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 EU는 대북제재를 엄격히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계국의 발언에 주 참사관은 "2년 전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배신 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초기 조치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는 대신 압박과 제재, 군사 조직을 강화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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