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에 이명호 수석 전문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질적인 낙하산 논란이 다시 한 번 반복되고 있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사장 공모 재시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1974년 설립 이후 내부출신 승진사례가 전무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반대 의견이 힘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기가 만료된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신규 선임을 둘러싸고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9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미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확산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가장 격렬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곳은 예탁원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예탁결제원지부)다. 노조 측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낙하산 후보 내정자의 사장 만들기에 급급한 짜 맞추기 형국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장 내정을 취소하고 재공모를 시행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예탁원 노조를 대표하는 제해문 노조위원장은 최근 실시된 사장 공모에 직접 후보자로 뛰어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낙하산 논란을 막겠다는 노조 측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가 저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1974년 한국예탁결제원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예탁원 내부 직원이 승진을 하는 형태로 신임 사장이 탄생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명호 위원은 서울대 법대 졸업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다. 금융위원회에서 증권감독과장, 자본시장과장, 행정인사과장, 지본시장조사 심의관,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상임감사위원 공모 과정을 놓고도 현재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거래소 노조 측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15년간 거래소에 재직한 6명 상임감사위원 모두 경영진과 같은 배경의 관료 출신이거나 정치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낙하산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낙하산에게 맡겨왔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은행권‧금융투자업계의 낙하산 논란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10년간 내부 출신 승진사례가 만들어지는 듯싶더니 다시금 외부 출신인 윤종원 행장이 임명되면서 갈등이 폭발한 상태다. 윤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은 현재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권 전체가 관치의 성격이 짙고 정부가 임명하는 자리가 많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하면서 “적폐 청산을 슬로건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논란이 오히려 더 커지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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