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질' 신차, 판매믹스 개선 효과 수익성 개선…올해도 내실 강화 기조 유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고도화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지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내린 '특명'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동차가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통해 'V자 반등' 특명을 완수했다. 현대차의 경우 사상 최초로 매출액 100조원 시대를 개막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미래모빌리티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23일 현대·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전날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각각 지난해 영업이익 3조6847억원, 2조9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년대비 52.1% 증가했고, 기아차는 전년대비 73.6%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1대당 판매가격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제네시스) 판매가 증가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기아차는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 외에 나란히 판매실적이 감소했다는 공통점을 보여줬다.

현대차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442만5528대로 전년 대비 3.6% 줄었고 기아차도 1.4% 감소한 277만2076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매출은 현대차가 9.3% 증가한 105조7904억원, 기아차는 7.3% 늘어난 58조1460억원을 기록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방침대로 양적인 증가보다는 수익성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결과다.

현대·기아차는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비결로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에 따른 믹스 개선과 신차효과'를 꼽았다. 

환율 효과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종의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신차 출시 및 노후모델 대체에 따른 인센티브 비용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차종의 노후화 등으로 판매가 감소했지만 팰리세이드 및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등 신차 효과와 SUV 비중 증가에 따라 ASP가 전년 대비 4.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역시 ASP가 국내 시장에서는 1.6%, 해외에서는 3.5%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작년부터 시작된 골든 사이클이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물량 증가와 함께 판매 단가 인상 효과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판매물량에 집착하기보다는 '제값을 받고 파는'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중심의 내실 위주 성장 전략과 그에 따른 실적 개선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대외 불확실성과 환경규제 강화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각 시장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물량 운영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제네시스 GV80. /사진=미디어


권역별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 전략을 차별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전무는 "북미와 중남미는 물량 확대 권역, 국내와 유럽 인도는 원가절감 권역으로 나누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물량계획을 세워 권역별로 최적화된 물량과 수익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GV80 출시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도 적극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장(부사장)은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목표를 11만6000대로 잡았다"면서 "론칭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이상 판매 목표를 잡은 것은 세계시장에서 럭셔리차와 친환경차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제네시스의 경쟁력이 충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유럽시장에 제네시스를 론칭하고 판매모델도 세단 3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 등 5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제네시스는 회사 중장기 계획에 따라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디자인 방향성이 담긴 신차를 차례로 출시해 GV80에 이어 GV70과 전기차를 내년까지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양'보다는 '수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주우정 전무는 "올해 물량 욕심 보다는 수익성 제고 극대화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차는 올해 고수익 RV(SUV 포함) 모델 출시가 줄지어 예정돼 있어 매출과 수익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텔루라이드 돌풍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여세를 몰아 올해 1분기 셀토스 신차를 투입하고 볼륨 모델인 K5와 쏘렌토를 6월과 9월에 차례로 투입한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재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 능력을 기존 6만대에서 작년 11월 8만대, 올해 7월까지 1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차 판매가 늘고 있는 유럽 시장은 수요가 높은 씨드 및 씨드 파생차로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도 제네시스 GV80 출시를 시작으로 아반떼, 투싼 등의 주력 모델 신차를 내세워 5%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철곤 현대차 IR팀장(상무)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 영업익률 5%를 목표로 제시했다"면서 "권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해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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