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확장성과 이기기 위한 절박한 공천위원" 긍정 평가

"20년 투쟁한 자유우파 인사 한 명도 없어" 비판 쏟아져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 명단 발표에 반응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남녀 성비와 이른바 '중도' 확장을 고려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인선에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난다.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자신을 포함한 9명의 공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현역의원으로는 박완수 사무총장과 김세연 의원이, 원외 인사로는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와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최대석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엄미정 일자리위원회 민간일자리분과 전문위원, 최연우 휴먼에이드 이사 등이 포함됐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김형오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김세연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공천관리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연, 박완수, 이석연, 황대표, 김형오, 이인실, 조희진, 엄미정./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인선 발표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해체'와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김 의원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파격'이라고 평가했다. 김세연 의원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아울러 당내에서는 "당의 확장성을 우선에 둔, 이기는 것 하나만 바라본 절박한 공천위원"이라는 반응이다. 새로운보수당에 대한 배려와 '중도' 끌어안기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연장선상에서다.

김 위원장을 포함해 '중도'를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교수와 문재인 정부 직속 일자리위원회 소속의 엄미정 전문위원이 포함됐다는 근거를 들어 이른바 중도 외연 확장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도 이날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통합까지 감안한 것으로, 자유한국당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촉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보수라는 정체성이 실종된 인선"인 데다 "한 쪽만 의식한 균형 잃은 공관위원"이라는 비판도 내놓았다.

한국당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외치고 실제로는 체제와 자유를 '보수'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날 '월간조선'은 시민운동가, 공영방송 이사, 변호사, 교수, 기업인, 우파싱크탱크 운영자로 좌파와의 투쟁 최일선에 서 왔던 인사들에게서 격렬한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수우파 인사들이 공관위원으로 많이 들어가기로 됐었고 공관위원 통보 전화까지 받은 분들이 있었는데 다 배제됐다"며 "김 위원장이 그 중 반은 엎어버릴 것으로 봤지만 다 엎어버렸다"는 지적이다.

KBS 이사직 역임 당시 노조와 투쟁하며 고군분투했던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2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건 새보수당이건 이견이 없는 걸로 보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관위 구성인 것 같다"면서도 "절대명제라고들 하는 대통합에 너무 신경 쓰다보니 한 쪽만 의식한 균형 잃은 인선"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소위 친박으로 분류됐던 최대석 교수 한 사람 집어 넣은 것으로 퉁치려 한 것 같은데 최 교수는 점잖은 분이지 파이터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직을 맡고 있던 중 돌연 사퇴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짧게는 3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종북좌파 세력과 투쟁한 분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 정도 넣는 것도 불가능했겠나"고 반문한 뒤 "혹자가 얘기한 것처럼, 지난 3년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사람들만 뽑아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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