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함, 강감찬함과 임무교대 후 인근 해역으로 이동
국내 도입 원유 70% 이상 통과…막무가내 비판 곤란
   
▲ 나광호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방부가 호르무즈해협으로 청해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정파에 따라 지지여부가 갈려 씁쓸함을 낳고 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는 △4000톤급 구축함 1척 △고속단정 3척 △링스헬기 1대 △병력 320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왕건함(강감찬함과 임무교대)부터 작전반경이 오만만과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일명 '아라비아만'으로 불리는 페르시아만까지 확대되며, 국방부는 정세 안정시 이를 원상복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51.9%로, '잘못한 결정'에 18.8%포인트 앞섰다.

이는 지난 10일과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당시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 대비 8.1%포인트 높은 48.4%로 집계됐다. 미국이 요청했을 당시와 한국 정부의 독자 파병 여부에 따라 견해가 바뀐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77.2%가 긍정 평가,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61.0%는 부정 평가를 내렸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반면, 정의당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를 비롯한 진보측 일부 진영은 '국회 패싱' 등을 이유로 강경한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안정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 곳은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상당수가 통과하는 지역으로, 에너지 수급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이란 갈등 등 역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한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총출동해 대책회의를 열고 실물경제 동향을 점검한다.

현대오일뱅크를 필두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여전히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사진=현대중공업그룹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천명 및 유조선 공격으로부터 이 지역을 수호하기 위해 과거 항모 전단 2개를 띄운 바 있으며, 최근에도 전단을 주둔시키는 등 한국보다 훨씬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니미츠급 핵항모 존 C. 스테니스호(CVN-74)의 만재배수량은 11만5700톤으로, 자체 무장과 더불어 FA-18 전투기와 호크아이(E-2C) 조기경보기 및 프라울러(EA-68) 전자전기 뿐만 아니라 시호크다목적헬기를 비롯해 80대 이상의 항공기를 싣고 다닌다.

양국의 해군력 차이가 있지만 이같은 전력을 주둔시키는 것도 아닌 작전변경 확대에 대해서도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안보 등 국익수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

또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중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2만5000여명의 우리 교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조속히 국방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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