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서 B/C값 4.38 발표
국토교통부, '흑산공항 현안사항 검토보고'에선 0.78 기재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 다도해상공원지역에 건립될 예정인 흑산공항 조감도./사진=국토교통부·서울지방항공청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문재인 정권이 대선 공약에 따라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 공항 신설 사업을 진행해 치적 쌓기·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남 신안 흑산도에 흑산공항을 2023년 건립 예정이다. 공항 건설 비용은 1833억원 수준이다. 이 공항은 2015년 12월 울릉공항과 함께 건설계획이 발표됐다. 전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지어지는 만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받았으나 2016년 11월 보류 처분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 7월과 2018년 2월엔 사업성 검토 자료 보완 요구를 받았으나 2018년 10월 결국 사업 자체가 잠정 중단됐다.

흑산공항은 문재인 정권 대선공약이자 전남지사를 역임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핵심 사업이었다. 이를 의식한 국토부가 공항이 들어설 예정 부지를 국립공원구역에서 제외하고, 공원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그러나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도 흑산공항을 새로 만들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신안군 흑산도의 인구는 4000여명에 불과하다. 이곳은 목포행 선박이 외부로 통해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서지역이며, 관광객이 있다고는 하나 공항을 건설할 정도로 타당성이 있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KTX 등 철도 교통수단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전남도 육지에서 흑산도까지 연륙교 또는 연도교가 지어질 경우 목포역까지 열차를 타고 다도해상의 인근 도초도·비금도에서 버스나 배를 타고 흑산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3년 3월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편익비용비율(B/C)값이 4.38로 나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용 대비 편익의 경제성을 분석해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100원을 투자하면 438원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예타에서 B/C값이 1 이상이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광주·전남권에는 2007년 11월에 개항한 무안공항도 존재한다. 2017년 호남고속선 2차 구간에 무안공항역 신설이 확정됐다. 때문에 흑산공항 추진을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2017년 7월,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환경부에 제출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변경) 보완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해당 보완서에서 2013년 3월 기재부 예타 심사 통과 시 제시했던 값보다 무려 40%나 낮은 2.6을 적어냈다. 흑산공항의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것이 일부 확인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2를 넘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2018년 재보완 계획서에 따르면 B/C값이 1.9로 또 내려갔다. 이에 환경 파괴문제와 '버드 스트라이크' 등 철새보호 대책의 부재로 환경부 국립공원위가 "조류 출동 가능성에 대비한 방지책을 강구하라"며 퇴짜를 놨다.

이 같은 이유로 B/C 값이 1을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2018년 9월 19일, 흑산공항 건설 심의 회의차 모인 자리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박천규 환경부 차관을 감금해 파문이 일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26일엔 전남도가 환경부에 국립공원위 심의 면제를 신청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20일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는 '흑산공항 현안사항 검토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 따르면 부정·낙관적 상황 등 총 8개 시나리오가 있는데 수요 예측 결과 2013년의 계산보다 이용객 수가 한참이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보수적인 수치는 0.78로 나온다. 이미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해도 B/C값은 2.55로 2013년에 나온 4.38보다 한참 못 미친다. 이로써 수익성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흑산공항을 짓는다는 게 명백해진 셈이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총 인구수가 336만명에 불과하고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광주·전남 지역에는 이미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이 있다"며 "구태여 새 공항을 짓는 건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과시행정을 통한 치적 쌓기용 건설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며 "활주로에 비행기가 없고 '고추 말리는 공항'이던 무안공항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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