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관계자 "정치인 선거운동 학교 침투 장려 느낌"

현직 교사들 "학생 선거하는데 교원 정치 중립 철폐해야"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제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가 학교에서 학생에게 명함을 배부하고 연설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정치인의 선거운동이 학교에까지 사실상 침투하도록 장려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우려가 나타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18세 선거권 부여에 따른 정치관계법 운용 기준'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것과 관련해 '교실 정치화' 논란이 거세게 일자 국회에 입법 보완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와 조치가 따르지 않아 선관위가 그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제21대 총선부터는 만 18세 이상의 학생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사진=정의당tv 유튜브 캡처

선관위는 "학교 운동장에서 (예비)후보자가 명함을 배부하거나 지지 호소 또는 공직선거법 제79조의 공개장소 연설·대담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정치인의 학교 내 선거운동과 졸업식·입학식 등 학교 행사에서의 의례적 인사 등 선거행위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선관위는 "학교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것까지 공직선거법에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해 선을 그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2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선거법 개정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어 국회에 입법 보완 논의를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총선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며 "'제한되지 않는다'는 기존 조항을 명시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관위의 가이드라인 발표와 관련해 현직 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현직 교사 A 씨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교사의 양심적 발언도 결국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것 아니냐"며 "이럴 바에는 교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도 차라리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학교 운동장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학교라는 공간에서 예비후보 명함을 나눠주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선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법 개정 태생 자체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 학생들은 정치 현장으로 바로 뛰어들게 만들어놓고 현직 교사들은 정치적 가치에 대해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양심적 발언조차 징계받는다"며 "교내 교사의 정치적 중립 규정 강령에 대해 차라리 같이 철폐를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서 학교 정치판의 아수라장을 학부모들이 직접 목격하면 개개인이 각성하여 선거법 연령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한 재논의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취지에서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교원의 경우 현행 선거법은 수업 과정에서 선거에 관해 특정 정당·후보자에게 유불리한 발언을 하는 등의 행위는 일체 금지하고 있다. 다만 사립학교 교사에 관한 조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선관위의 지침에 따르면 선거권을 갖는 18세 이상 학생의 경우는 △문자메시지·인터넷홈페이지(유튜브 포함)·전자우편(SNS 포함)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선거사무관계자,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자, 선거대책기구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다만, 교내 2개 이상의 교실을 선거운동 목적으로 방문하거나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정당·후보자 연설에 이르는 방법으로 선거운동 또는 그 목적의 집회는 개최할 수 없다. 현수막이나 인쇄물(포스터, 대자보 등)을 게시·첩부할 수도 없다.

또 다른 현직 교사 B 씨도 "졸업시즌이기에 선거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졸업식이 끝나면 입학식과 체육대회 등 학교의 모든 행사에 정치인들이 단골로 등장할 수 있게 됐다"고 한탄했다.

선관위의 지침 내용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 C 씨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학교 정치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이 학교라는 공간 안에까지 침투하도록 사실상 장려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학부모들의 우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는 선거권이 없는 고1·2학년 학생들도 있고, 고3 중에서도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이 있는데 학습권을 크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은 '꼰대 정당 낙인 우려가 있으니 하향 조정된 선거연령과 관련해 '쿨하게' 수용하고 청소년 민심을 공략할 구체화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C 씨는 "무분별한 교실 정치화는 허용치 않는 선에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와 관련해 한국당 소속 여명 서울시의원(교육위원회)은 오늘(29일) 오후 3시 교원의 정치편향교육 대책 토론회를 갖고 '사전선거운동고발센터'를 발족한다.

여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선거법 개악으로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쥐어졌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전교조의 정치편향 교육 실태로 학교현장이 '오염된' 것이 폭로된 바 있다"며 정치편향교육을 크게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여 의원은 "좌우 막론하고 학생 대상의 정치편향교육이 사전선거운동으로 걸려면 걸 수 있는 소지가 높아졌다"며 "선거법 개악으로 인한 학교현장의 위기를, 역으로 정치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정상화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토론회 개최와 고발센터 발족의 취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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