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지난 28일 ‘펀드 환매연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업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알펜루트의 기초자산 건전성을 살피는 등 이번 사안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추가적인 환매중단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약 9000억원 상당의 수탁액을 운용하는 사모펀드사 알펜루트자산운용이 567억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최근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또 다시 환매연기 사례가 추가된 것이다. 알펜루트는 설정액 1730억원에 이르는 일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 대한 환매 역시 순차적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매 연기 대상이 된 펀드들은 알펜루트 자체 투자자금인 480억원을 제외하면 1800억원대의 수탁액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증권사 총수익스왑(TRS) 450억원과 고객 자산 1400억원가량이 포함돼 있다. 이 사안이 단순히 알펜루트뿐 아니라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연결돼 있는 이유다.

이번 환매 연기 사태는 알펜루트에 주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TRS 환매를 요청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부상했다. PBS와 함께 증권사 고유자금(PI) 투자를 병행 중인 한국투자증권이 수백억원 규모의 환매를 요청한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셋대우까지 환매를 요청하면서 사안이 확대됐다.

두 회사가 알펜루트에 요구한 환매금액을 더하면 그 규모는 약 460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구했다. 알펜루트의 경우 단시간에 현금화를 하기가 어려운 메자닌과 프리IPO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회사라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에 곧장 대응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환매연기 결정이 내려졌다.

최초로 환매요청을 한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번 환매 요청에 대해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까지도 줄줄이 투자자금 회수를 요구하면서 알펜루트가 져야 할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비단 알펜루트뿐 아니라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자산운용사에 대한 TRS 사업에서 전면적으로 철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TRS 계약이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취득하는 거래다.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만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지금처럼 한순간에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재 19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1조 9000억원에 이르는 수준의 TRS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한투가 그렇듯 최근 들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알펜루트의 기초자산 건전성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 28일에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업무 담당자를 불러 이번 사안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은 일단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자산운용 외 다른 사모 운용사 펀드에서 TRS 관련 자금을 회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즉, 단기간 내 TRS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회수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과연 알펜루트만의 문제로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증권사들 사이에서 TRS 거래에 대한 리스크 관리 문제가 제기된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알펜루트와 같은 사태가 시차를 두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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