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계 비례 6인 제명 요구에 "가능성 희박"

중진의원 "바른미래당 중심 호남 야권 통합"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창당 주역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연이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원내 제3정당인 바른미래당의 위상과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인 현상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의 현 지위 유지에는 "손 대표의 '유종의 미'가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비례대표 6인은 안 전 대표가 지난 29일 탈당을 선언한 데 이어 30일 자신들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정치적 탈당'을 통해 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안철수 전 의원과 함께 신당을 출범시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바른미래당 평당원들이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그간 당대표 자리를 걸어놓고 공언을 이행하지 않은 손 대표의 '언행불일치'를 꼬집었다. 그는 회의에서 "(손 대표는) '사퇴하겠다', '다 내려놓겠다'는 말 번복 좀 그만하시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현재 바른미래당이 처한 상황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 대행은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가 불과 20여 명에 불과하다"며 당 차원의 공약 무전략과 평당원의 연이은 탈당 사태를 지적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안철수계 평당원 451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불신을 키운 손 대표와 함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나머지 당원들의 탈당도 촉구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손 대표에 대한 '보이콧'은 당권파로 분류됐던 바른미래당 잔류 의원들의 '회의 불참'으로 표출된지 오래며, 일련의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사실상 '당 해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치권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안철수계 비례대표가 출당 조치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바른미래당의 교섭단체 지위 유지, 나아가서는 당 중심의 '호남 야권 통합'도 조심스레 점쳐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행이 언급한 '정치적 탈당'은 당적만 바른미래당에 두고, 즉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다른 세력과 함께 행동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사례로 장정숙·박주현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면서도 각각 대안신당 원내대표와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 A 씨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안철수계 비례의원들의) '제명 요구'는 의원총회가 열리고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본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바른미래당

A 씨는 "출당 조치는 전례도 없고, 지금 탈당은 하고 싶어도 의원직 상실은 본인들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이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 B 씨도 "제명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2월 중순 탈당도 그때 가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올라가야 당적을 옮기지 않겠느냐"며 안철수계 의원들의 잔류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어 "탈당을 하더라도 4월2일 후보 등록할 때는 당명을 적어야 하니 그때 막판에 가서야 탈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바른미래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 중심의 호남 야권 통합"도 조심스레 언급했다.

B 씨는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주저하면서도 "가능성이 높고 문호는 열어놓고 있다"며 "다만 국민께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다양한 중도 세력의 통합을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포함 호남 야권계를 비롯해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수혈되거나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즉 안철수계 비례대표 6인과 권은희 의원이 결국 도중 탈당하더라도 3정당의 권한과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손학규 체제'의 저조한 동력을 지적했다. 언급한 바른미래당의 위상 유지 및 통합과 쇄신은 손 대표의 결단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손 대표가 '미래세대에 넘겨주겠다'고 말해온 평소의 소신을 이제는 보여줄 때가 됐다"며 "내일(31일)은 너무 빠르고 적어도 다음주 초에는 손 대표가 통합과 당을 위해 이젠 생각하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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