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도교육청 교육정책이 '따로 따로' 일관성을 잃고 충돌

서울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계획’에 대해-황영남 서울 영훈고 교장[토론문]

1. 서 언

소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에 따라 마련된 기본계획(시안)이 제시된 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반고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교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이나 서울시 교육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계획’은 일맥상통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정부의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은 자율성 강화와 규제의 축소를 근간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반면에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계획은 시안이라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으나 평등을 기반으로 균형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어떤 방향이 과연 합리적인 처방이 될 것인지 성과로서 드러나겠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이 정부의 교육정책과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이 따로 수립되며 일관성을 잃고 충돌하고 있는 점은 학교현장을 오히려 혼란하게 하고 학부모 학생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 서울시교육청의 주요과제 추진 계획에 대한 검토

가. 일반고 교육정상화 기반구축
 

1) 학교운영비 지원확대 : 교당 평균 1억원 범위내 지원(정부지원 5천만 원 + 서울시교육청 5천만원)
⇒ 학교 현장의 기대가 가장 큰 내용이지만 속칭 꼬리표가 있는 지원은 효 과성이 부족(예, 인건비, 시설비, 교구재구입비 등은 불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학교의 여건과 환경, 그리고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자율적 집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보고로 대신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2) 학급당・수업당 학생수 감축 : 지역별 학교별 여건에 따라 순차적 감축

⇒ 이 문제는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재정적 한계로 실현이 안 된 문제이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구도심과 신도심의 교육수요 차이에 따른 교육시설과 인원의 배치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3) 고입 배정방법 및 전편입학제도 개선, 교원인사제도 개선, 자사고 정상화 및 특목고 지도・감독 강화

⇒ 이와 관련된 계획에 따른 구체적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의 한계가 있다. 다만, 일반고의 60%(학생수 63%)가 사립고임을 감안하면 사립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담보하면서 교육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공립은 공립답게, 사립은 사학답게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업우수자가 특목고, 자사고, 일부 특성화고 등으로 몰리면서 일반고에 중하위권 학생 비율이 높아졌고, 후기 일반고 배정방식의 영향으로 선호와 비선호 학교간 입학생의 성적차이가 확대되어 일반고위기가 심화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수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반고는 호리병 모양의 성적분포를 이루고 있으며 하위권 학생이 집중적으로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상위권 일부가 준 것은 특목고와 자사고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대폭 늘어난 것은 특성화고 지원정책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사고만 폐지한다고 해서 이런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이다.

또한 고교선택제로 인해 야기되는 비선호학교의 교육력이 강제로 우수학생을 균등 배정한다고 해서 높아질리 없다. 비선호학교의 개선과 혁신이 아니라 선호학교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배정방식만을 바꾸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해결방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모든 일반고가 비슷한 수준으로 교육력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교육평등인지 의문이 든다. 개인마다 지닌 학습역량의 차이가 있고 소질과 적성도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고도 다양화 하여 개인별 맞춤식 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교육적 평등을 이루는 바른 방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 교육과정 및 수업방법의 혁신, 진로진학 및 직업교육 지원 강화

⇒ 이와 관련된 각종 계획과 방안은 현 정부에서 이미 제시되고 실행하고 있는 방안들에 대한 강화, 보완 성격이 강하므로 별다른 검토 의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고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학교교육의 모습이 그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대응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크게 분류해서 살펴보면, 대학 진학이나 취업 희망 학생은 그래도 각자에게 맞는 학교교육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학교부적응자, 비전과 목적없는 생활자, 지극히 부진한 학력소지자 등은 현 학교교육체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특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교육체제를 보완을 심각히 고민해야 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점이 아쉽다.

다. 책임교육지원 강화

1) 학습부진학생 맞춤식 지원

⇒ 기존의 정책에 대한 성과분석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학습부진학생에 대한 맞춤식 지원과 책임지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속적 누적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년 반복되고 형식적인 행정으로만 남는 경향이 있다.

2) 대안교육 기회 확대 : 학교 내 대안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위탁형 대안학교 확대

⇒ 현 학교교육체제로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 대안교육을 모색하고, 대안교육 프로그렘과 대안학교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학교 현장의 기대가 있다. 하지만 낙인효과 해소, 지도경험 공유, 심리치료 병행, 복귀시스템 구축, 위탁교육의 질관리, 생활 안전지도 방안 등에 대한 세심한 준비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3) 위기학생 지원 강화,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사업 활성화
⇒ 현 학교교육의 보완 방안으로 적극 도입되어 그 필요성과 효과성이 이미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적극 실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오히려 새로운 정책보다는 기왕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보완하여 필요한 곳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나아가 필요한 학습을 편리한 시간과 장소에서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스마트 러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교육 불평등 완화

⇒ 여건이 어려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교육소외학교 집중 지원, 교육기부 활성화 지원 등은 마땅히 정부와 교육청이 나서야 할 일이자 책무이다. 사회에서도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시민단체, 종교기관, 학부모 등도 함께 나서서 학교와 학생을 돕는 적극적인 운동이 일반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교원들의 책무성과 사명감도 다시 살아나서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살아 숨쉬는 학교교육이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3. 결 언

2010년부터 시·도교육감을 직선으로 뽑는 지방교육자치제가 시행된 이래 중앙정부와 교육감 간의 갈등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대통령 선거공약 실현이 최우선이고, 교육감들은 자신의 선거공약 실현이 가장 중요한 까닭에 우리나라 교육은 정책의 혼란 속에 서로 힘겨루기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만 들어도 ‘교원능력개발평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학생인권조례 제정, 무상급식 실시,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재지정(폐지), 역사교과서, 전교조 법외노조, 9시 등교’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정책들이 교육보다는 정치적 혹은 이념적 이익을 대변하며 갈등을 양산해 내고 있다.

이런 갈등은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지닌 역사적 소산으로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타협을 모르는 주장, 힘으로 밀어붙이는 권력, 선출권력 지상주의, 파당적 교육·인사행정, 교육현장의 정치화, 선거마다 바뀌는 교육정책, 원칙없는 법집행, 교육감 권한의 비대화 등은 교육계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기에 안타깝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나라 지방교육자치제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들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과 지방의 교육이 다르지 않고, 대한민국의 비전을 설계할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어른들의 갈등으로 교육계가 방향을 잃고 미래세대의 주인공들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6일 개최한 [진단! 조희연 교육감의 '서울교육 실험 100일'] 토론회에서 황영남 서울 영훈고 교장이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