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제는 도쿄올림픽을 정조준하는 김학범 감독이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이강인(19·발렌시아) 백승호(23·다름슈타트) 등 유럽파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태국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9회 연속 올림픽 진출과 우승을 이끌고 귀국한 김학범 감독은 30일 대한축구협회(KFA) 축구회관에서 우승 소회와 도쿄올림픽 목표 등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U-23 챔피언십에 함께하지 못했던 이강인과 백승호 얘기가 빠질 수 없었다. 김학범 감독은 둘 중 한 명이라도 대표 차출을 원했지만 소속팀의 협조를 구하지 못해 둘 다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럽파는 정우영(21·프라이부르크, 바이에른 뮌헨 임대) 한 명만 뛰었다.

도쿄올림픽에서 김학범 감독은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내걸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대표팀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강인 등 유럽에서 실력을 쌓은 선수들의 합류가 불가피해 보인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과 백승호는 23세 이하 연령대여서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시킬 수 있다. 김학범 감독으로서는 3장의 와일드카드로 누구를 뽑을지, 유럽파 가운데는 누구를 도쿄로 데려갈지 고민해야 한다.

김 감독은 이강인과 백승호에 대해 "팀에 굉장히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선수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꼭 유럽에 있는 선수라 해서 (올림픽 대표팀 선발) 보장은 없다. 국내 선수들보다 기량적이나 모든 면에서 앞서 있어야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본인의 참여 의지도 중요하다. 모든 게 갖춰줬을 때만 대표 선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는 올림픽 출전 자체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메달을 따낼 경우 병역혜택이라는 달콤한 대가도 누릴 수 있다. 아직 병역 미필인 젊은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올림픽 축구 엔트리는 18명밖에 안된다.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면 23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는 15명밖에 선발되지 못한다. 이번 U-23 우승 멤버는 23명이었다. 이강인과 백승호가 대표 합류한다고 가정하면, 우승 멤버 가운데 10명이 탈락하고 13명만 도쿄에 갈 수 있다.

이런 점을 잘 아는 김학범 감독이 이강인과 백승호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어야" 올림픽 대표팀에 뽑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유럽파에게 분발을 촉구하면서 국내파 선수들에는 공정한 기회 부여를 약속했다. 

김 감독으로부터 소속팀 경기에 더 많이 출전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것을 주문받은 이강인과 백승호. 둘이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될까. 그 답은 이강인, 백승호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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