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단기채권 회수 땐 기업부실 가속화, KDB 도덕적해이 방지 가이드라인을

자유경제원 주최 <구조조정기업의 경영권 행사, 본질은 정상화에 있다> 정책세미나-양준모 연세대 교수 패널 발표 자료

문제제기

기업구조조정은 그 부실정도에 따라서 채권단 자율협약,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그리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이 이슈가 되고 있다.

문제점 1: 채권액이 500억원 미만인 경우,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자율협약)이 적용되고, 채권액이 500억 이상일 경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하여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시행되거나 도산법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되는데, 자율협약에 의해 경영권이 박탈되는 등,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에서도 보호되고 있는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이 부정되어 문제발생 가능성이 있음.
 

문제점 2: 경영권이 교체 된 이후 부실이 가속화되는 등 경영권 교체와 관련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문제점 3: 채권단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과도하게 기업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음.
문제점 4: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행태에 대한 규율의 필요성.
문제점 5: 경영권 박탈시 기존 경영자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회생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음. 부실은폐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하여 DIP제도를 이용

이상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현재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다. 이상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 정상화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 양준모 연세대 교수(맨왼쪽)는 6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구조조정기업의 경영권 행사, 본질은 정상화에 있다>정책세미나에서 자율협약을 체결한 기업은 기존경영진에게 경영권을 부여하는 것이 기업가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KDB 등 국책은행은 주인과 대리인문제가 발생하므로 국책은행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왼쪽부터 양준모 교수, 신수근 이대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징, 신흥철 변호사.

기업구조개선 시 기준제정의 필요성

유인구조와 사회적 관점에서의 최선 선택 방안

● 기본적으로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 보호가 사회적 관점에서 최선

채권단의 기본적인 목적은 채권 회수이며, 기존 경영자는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채권단의 행태와 기존 경영자의 행태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채권자의 이해를 충족시키면서도 주주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채권단에게 전적인 처분 권리를 준다면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러한 채권자의 행동은 사회적 관점에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기존 경영자는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 채무 변제 이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기존 경영자에게 일차적인 기업회생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객관적 순자산 평가가 중요

그러나 기존 경영자가 채무 변제 이후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 채권자가 기업 경영에 대해 무지할 경우, 이러한 채권자의 무지를 악용하여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이른바 뱀파이어 효과라고 할 수 있어, 그야 말로 부실을 키우면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잠재가치를 평가하여 부채 상환 능력을 판단하여 부실규모가 작아서 순자산이 영보다 클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기존 경영자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 사회적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만약 기업의 잠재가치 평가를 채권단에게 맡겨서 경영권 박탈 여부를 결정한다면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채권의 회수를 위해 지속적인 기업 경영보다는 청산을 통해 채권회수의 가능성도 배제할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한 기업의 가치 평가를 위해 복수의 전문기관의 평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

● 채권단의 시각이 단기간에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라면, 기업 부실화 가속화 가능성

채권단이 단기간에 채권을 회수하는 경우, 기업을 제값 받고 매각하기 보다는 헐값 매각으로 기존 주주의 이익을 현저하게 침해할 수도 있으며, 기업의 회생보다는 청산을 통해서 채권을 회수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할 경우, 사회적 폐해 발생

KDB 등 국책은행과 같이 채권단의 주인과 대리인의 문제가 심각할 경우에는 경영권 박탈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회생은 물론 채권회수에 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수 있다. 채권단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경영진을 고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부실화되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법정관리 시에도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따라서 채권단을 규율하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

일반적으로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고 특히 국책 채권단의 경우는 보다 엄밀한 잣대로 시장 지배력 남용과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특히 자율협약에서는 경영 정상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최우선될 필요가 있다.

기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기업의 순자산이 양이 아닌 경우, 기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율협약에서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기존 경영자의 판단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 등의 규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M&A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여 시장규율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국책은행에 대한 규율 강화 필요성

국책은행은 주인과 대리인 문제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물론 투자의 실패가 운이 나빠서인지 아니면 판단의 잘못인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으나, 여전히 더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민간 투자은행이었으면 자기 책임 하에 채권 회수를 위한 일들을 유연하게 할 수 있으나, 국책은행은 정치적 고려와 여론에 휘둘려 제대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지적은 과연 투자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각종 상황에 대해 적기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였느냐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을 종합하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책은행을 견제할 수 있는 경쟁이나 규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국책은행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경쟁체제가 불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감자 등의 조치가 일방적이지 않기 위해서도 공정한 기업가치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채권단과 기업이 동등한 입장에서 객관적인 3자의 평가가 향후 구조조정을 하는 데에 보다 효과적이다. 구조조정의 시간이 길어지고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기업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서 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데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 할 수 있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경우,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관점에서 필요하다면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되 추가적인 지원에 있어서 기존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 예컨대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자본금 납입, 채무상환계획의 실효성, 경영정상화계획의 타당성, 그리고 기업 재무 시스템의 감사체제 강화 등의 조치를 실시한 이후 기존의 경영자를 중심으로 구조개선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고려가 배재되고 시장규율이 작동할 수 있는 투자은행의 육성과 경쟁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형성되어야 기존 경영자도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구조조정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자율협약은 그야말로 기업의 회생을 전제로 채권단과 기업이 동등한 입장에서 객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합리적이 기업회생 방안을 모색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등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하여 자율협약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율협약은 기존 경영권을 전제로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율협약으로 인해 기업가치의 손실이 지나쳐서 경영권 박탈에 이르게 하는 것은 교정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율협약에서 객관적으로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시장의 반응은 채권단의 단기적 시각에서 추진된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기업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율협약 등 기업구조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채권단의 이해관계와 기존 경영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규율할 수 있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더 나가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성립할 수 있도록 경쟁 체제의 확립과 국책은행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6일 개최한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권 행사, 본질은 정상화에 있다>정책세미나에서 양준모 연세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발표한 것입니다.)